매출 보너스를 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매출 보너스를 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보너스 계산기 오전 10시. 출근하자마자 엑셀 켰다. 런칭까지 12일 남았다. 첫 주 매출이 목표치를 넘으면 보너스가 나온다. 연봉의 30%. 1560만원. 세후 1200만원쯤. 시뮬레이터 돌린다. 유저 1000명 가정. 레벨업 속도, 재화 획득량, 과금 유도 타이밍. 변수 37개. F9 누른다. 매크로 실행. 10만 번 반복. 결과: 예상 ARPU 8300원. 목표치는 9000원. 700원 부족하다.수치 하나가 1200만원 점심 먹고 회의. PD: "밸런스 어때?" 나: "ARPU 8300 나오는데요." PD: "9000 나와야 하는데?" 알아. 나도 안다고. 회의 끝나고 데이터 다시 뜯는다. 과금 포인트를 앞당길까. 아니면 재화 획득량을 줄일까. 문제는 균형이다. 너무 빡빡하면 유저가 튄다. 너무 후하면 매출이 안 나온다. 엑셀 수치 하나 바꾼다. 3.5를 3.2로. F9. 시뮬 돌린다. ARPU 8900원. 거의 다 왔다. 근데 이게 맞나.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없어지는 거 아닌가. 고민한다. 10분. 일단 저장한다.유저 vs 보너스 오후 4시. QA팀한테 메시지 왔다. "이번 빌드 재화 획득량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맞다. 내가 줄였다. 3.5에서 3.2로. QA: "유저들 불만 많을 것 같은데." 나: "데이터 보면 적정 수준인데요." 거짓말이다. 적정보다 빡빡하다. 알고 있다. 근데 9000원 ARPU를 못 찍으면 보너스가 없다. 1200만원이 날아간다. 유저의 재미와 내 보너스. 저울질한다. 5시. 프로그래머한테 슬랙 보낸다. "재화 획득량 3.2 적용해주세요." 엔터 누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시뮬레이션의 한계 밤 10시. 집에 왔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시뮬레이터는 숫자만 본다. 유저의 감정은 모른다. 3.5일 때는 유저가 '적당히 빡세네' 느낀다. 3.2일 때는 '재미없네' 느낀다. 그 차이 0.3을 시뮬은 못 잡는다. 근데 나는 그거 안다. 5년 했으니까. 그래도 3.2로 냈다. 보너스 때문에. 핸드폰 켠다. 경쟁사 게임 커뮤니티 본다. "밸런스 똥겜" "과금 유도 너무 심함" "삭제함" 우리 게임도 런칭하면 이렇게 될까. 12일 뒤면 안다. 런칭 D-12 오늘 시뮬 17번 돌렸다. 변수 바꾸고 F9. 결과 보고 또 바꾸고 F9. ARPU가 8700에서 910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확정은 내일 해야 한다. 빌드 마감이라서. PD가 물어본다. "자신 있어?" 자신? 없다. 유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그냥 숫자놀이다. 근데 대답한다. "9000 나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시뮬상으로는.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샀다. 두 캔. 집에서 마신다. 혼자. 런칭하면 첫 주가 지옥이다. 실시간 매출 보면서 손톱 뜯는다. 보너스 나오면 좋겠다. 1200만원. 근데 유저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그것도 싫다. 기획자의 딜레마 이 일 5년 했다. 매번 똑같은 고민이다. 유저 재미 vs 회사 매출. 둘 다 챙기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미있게만 만들면 매출 안 나온다. 매출 챙기면 유저가 욕한다. 그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다. 근데 그게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참고일 뿐이다. 유저는 숫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돌린다. 오늘도 내일도. F9 누르면서 기도한다. 제발 9000 찍어라. 그리고 유저들도 재미있다고 해라. 둘 다 되면 좋겠다. 근데 현실은.런칭까지 12일. 시뮬 돌리고 보너스 계산한다. 유저 재미는 그 다음이다. 아니, 같이 챙기고 싶은데 안 된다. 그게 이 일이다.

신입 기획자가 '왜 이 수치에요?'라고 물을 때

신입 기획자가 '왜 이 수치에요?'라고 물을 때

오늘 신입이 물었다 "선배님, 이 공격력 수치는 왜 127이에요?" 엑셀 시트를 보고 있던 내가 손을 멈췄다. 127. 맞다. 내가 넣은 숫자다. 3일 전에. "음... 그게..." 대답이 안 나온다. 5년 차가 신입한테 수치 하나 설명 못하는 게 창피했다. 하지만 진짜로 설명하기 어렵다. 신입 기획자 이준호. 입사 3개월. 성실하다. 질문도 많이 한다. 근데 가끔 이런 질문이 제일 곤란하다. "시뮬 돌려보면서 조정한 거야." "네, 근데 왜 127인가요? 120도 아니고 130도 아니고요." 질문이 정확하다. 나도 궁금하다. 왜 127이었을까.밸런스는 과학이 아니다 게임 기획 5년 하면서 깨달은 거. 밸런싱은 과학이 아니라 요리다. 레시피는 있다. DPS 공식, 성장 곡선 그래프, 유저 플레이타임 분석. 다 있다. 근데 그걸로 게임이 재밌어지지 않는다. 소금 5g이랑 5.3g의 차이. 요리사는 안다. 혀로. 근데 설명은 못한다. 공격력 127. 시뮬 돌렸을 때 DPS가 142.7 나왔다. 목표는 140~145. 범위 안이다. 근데 120으로 하면 131.5. 애매하다. 130으로 하면 149.2. 넘친다. 그래서 127. 142.7. 딱이다. 근데 이걸 신입한테 어떻게 설명하냐. "DPS가 목표 범위 안에 들어가서요." "아, 그럼 128은요?" 128? 시뮬 안 돌려봤다. 돌려보면 비슷할 거다. 0.5 차이 날까. "...큰 차이는 없을 거야." "그럼 왜 127이에요?" 질문이 반복된다. 답은 없다. 진짜 답은 이거다. '그냥 127이 눈에 들어왔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신입이 뭘 배우냐.데이터는 힌트일 뿐 회사에서 밸런싱 교육할 때 가르치는 거.유저 데이터 수집 목표 수치 설정 공식 대입 시뮬레이션 검증 테스트 플레이 반복맞다. 다 맞다. 근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는 이렇다.유저 데이터 보는데 노이즈 많음 목표 수치는 PD 기분에 따라 바뀜 공식 대입했더니 게임 재미없음 시뮬은 완벽한데 실제론 이상함 테스트 플레이 10번 해도 모름데이터는 거짓말 안 한다. 근데 게임은 숫자가 아니다. 유저의 '체감'이다. 크리티컬 확률 5%. 데이터상으론 적당하다. 100번 치면 5번 터진다. 근데 유저는 "안 터진다"고 난리다. 20번 연속 안 터지면 확률이 고장 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부 로직을 바꾼다. 연속 10번 안 터지면 다음 타격은 무조건 크리티컬. 확률은 5% 그대로지만 체감은 다르다. 이걸 신입한테 설명했다. "그럼 선배님, 그건 거짓말 아니에요?" 거짓말? 아니다. 재미를 위한 장치다. 근데 설명하니까 거짓말 같긴 하다. "유저 경험을 고려한 거지." "네... 근데 확률 표기는 5%잖아요." 맞다. 5%다. 정확히는 5% + (연속 실패 보정). 근데 이걸 UI에 다 쓸 순 없다. 이준호가 뭔가 찝찝한 표정이었다. 나도 그랬다. 2년 차 때. 직관은 쌓이는 거다 점심 먹으면서 이준호가 또 물었다. "선배님은 어떻게 수치를 정해요? 공식 외에." 김치찌개를 먹다가 생각했다. 어떻게 정하지? "...게임 많이 해봐." "네? 그게 답이에요?" 답이다. 근데 답 같지 않다. RPG 밸런싱할 때 내가 참고하는 게임만 20개 넘는다. 디아블로, 로스트아크, 원신, 몬헌, 다크소울, 메이플... 다 해봤다. 무기 공격력, 레벨업 곡선, 보스 체력, 다 뜯어봤다. 그러다 보면 안다. '아, 이 정도면 딱이다' 같은 게 생긴다. 초반 무기 공격력 10~15. RPG 공식이다. 왜? 다들 그렇게 한다. 5면 너무 약하고, 20이면 너무 세다. 체감상. 레벨 10까지는 빠르게. 20까지는 보통. 30부터는 느리게. 왜? 유저가 그걸 원한다. 초반은 성장 체감, 중반은 여유, 후반은 도전. 이게 공식에 없다. 데이터에도 없다. 그냥 아는 거다. 게임 많이 하면. "신입 때는 이해 안 될 거야. 나도 그랬으니까." "...네." 이준호 표정이 묘하다. 이해는 안 되지만 믿어보겠다는 얼굴. 5년 전 나도 저랬다. 선배가 "그냥 해봐, 알게 돼" 이러면 답답했다. 지금은 내가 그 선배다.설명할 수 없는 것들 기획서 쓸 때 제일 힘든 부분. '밸런스 근거' 항목. 개발팀은 근거를 원한다. 당연하다. 숫자 하나하나가 작업이니까. "공격력을 127로 설정한 이유는 DPS 목표치인 140을 충족하면서도 후반 밸런스 붕괴를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럴듯하다. 근데 진짜 이유는 아니다. 진짜는 이거다. "127이 괜찮아 보였다." 근데 이렇게 쓸 순 없다. 밸런싱 회의 때마다 이런다. PD: "이 보스 체력, 너무 많지 않아?" 나: "시뮬상으론 3분 컷입니다." PD: "음... 그래도 많아 보여." 나: "...10% 줄여볼까요?" PD: "그래, 그게 나을 것 같아." 줄인다. 시뮬 다시 돌린다. 2분 40초. 별 차이 없다. 근데 '느낌'은 다르다. 이게 뭐냐. 과학이냐. 아니다. 감이다. 신입한테 이걸 어떻게 가르치냐. 방법이 없다. "이준호, 이 스테이지 밸런스 한번 잡아봐." "네! 어떤 기준으로요?" "음... 적당히." "...?" 적당히. 게임 기획자의 가장 많이 쓰는 단어. 그리고 가장 애매한 단어. 적당한 난이도. 적당한 보상. 적당한 플레이타임. 다 적당하다. 근데 적당함의 기준이 뭐냐. 없다. 그냥 해보면 안다. 숫자 너머의 게임 3년 차 때 큰 사고 쳤다. 신규 던전 밸런싱. 완벽했다. 시뮬도 돌렸다. 데이터도 맞췄다. 타 게임 벤치마킹도 했다. QA도 통과했다. 런칭했다. 유저 반응: "개노잼." 뭐가 문제인가. 숫자는 다 맞는데. DPS도 맞고, 클리어타임도 맞고, 보상도 적당하고. 근데 재미가 없다. 이유를 찾는 데 일주일 걸렸다. 답은 간단했다. '긴장감'이 없었다. 보스 패턴이 너무 예측 가능했다. 회피 타이밍이 너무 뻔했다. 숫자는 맞는데 플레이가 지루했다. 급하게 패턴 수정했다. 랜덤 요소 추가하고, 페이크 모션 넣고. 숫자는 안 건드렸다. 결과: "이제 할 만하네." 밸런싱이 뭔가. 숫자 맞추기가 아니다. 경험 디자인이다. 이준호한테 이 얘기 했다. "그럼 선배님, 숫자는 왜 조정해요?" "...숫자는 도구야. 경험을 만드는." "경험이요?" "응. 유저가 느끼는 거." 설명이 안 된다. 내 머릿속에선 명확한데 말로 하면 추상적이다. 게임은 숫자다. 근데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하냐. 전수할 수 없는 것 신입 교육 담당 맡은 지 6개월. 이준호는 성장했다. 엑셀 다루는 건 나보다 빠르다. 공식도 잘 짠다. 근데 아직 뭔가 부족하다. 숫자는 맞는데 게임이 안 맞다. 기획서는 완벽한데 플레이하면 이상하다. "이준호, 이 밸런스 시트 다시 봐." "어디가 틀렸어요?" "틀린 건 없어. 근데 이상해." "...?" 이상함. 구체적으로 설명 못 한다. 그냥 이상하다. 레벨업 곡선 그래프. 수학적으로 완벽하다. 근데 플레이하면 레벨 15 구간이 지루하다. 왜? 모른다. 그냥 그렇다. 보스 체력. 계산상 3분 컷. 근데 체감상 5분 같다. 왜? 패턴이 루즈해서. 숫자 문제가 아니다. 보상 테이블. 기댓값 완벽하다. 근데 유저는 "보상 짜다"고 한다. 왜? 체감 가치가 낮아서. 숫자로 안 보이는 부분. 이준호한테 이걸 어떻게 가르치냐. "일단 많이 해봐. 시뮬만 믿지 말고." "네..." 답답한 대답. 나도 답답하다.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직관은 전수가 안 된다. 경험으로 쌓는 거다. 게임 1000시간 하면서, 밸런스 조정 100번 하면서, 유저 피드백 욕먹으면서. 선배가 나한테 그랬다. "3년 차 되면 알아." 맞았다. 3년 차에 알았다. 근데 어떻게 아는지는 모른다. 127의 의미 오늘 퇴근 전에 이준호가 다시 물었다. "선배님, 그래서 127은 왜 127이에요?" 아직도 궁금한가 보다. 나도 궁금하다. "...재밌어서." "네?" "127이 재밌어 보였어. 120은 뻔하고, 130은 너무 크고. 127은 좀 특이하잖아." "그게 이유예요?" "응. 그게 이유야." 거짓말은 아니다. 진짜로 127이 눈에 들어왔다. 왜? 모른다. 그냥 그랬다. 이준호 표정이 복잡하다. 이해 안 된다는 얼굴. "신입 때는 답답할 거야. 나도 그랬어." "...그럼 언제 알 수 있어요?" "글쎄. 너도 127 찾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맞다. 나도 2년 차 때 몰랐다. 밸런싱은 과학이면서 예술이다. 데이터면서 감각이다. 공식이면서 직관이다. 127은 그냥 127이다. 근거도 있고 없고.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고. 중요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게임이 재밌으면 그게 답이다. 127이든 128이든. 근데 이걸 신입한테 어떻게 설명하냐. 방법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일단 게임 많이 해봐." 그리고 내일도 127 같은 숫자를 찾는다. 이유 없이. 근거 없이. 그냥 괜찮아 보여서. 5년 차의 직관. 전수 불가. 경험으로만 쌓이는 것. 이준호도 언제가 알게 될 거다. 자기만의 127을.신입이 물을 때마다 5년 차도 답이 없다.

경쟁사 새 게임 분석: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일

경쟁사 새 게임 분석: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일

경쟁사 새 게임 분석: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일 퇴근 후 진짜 업무 8시 45분. 퇴근했다. 집 도착은 9시 20분. 씻고 밥 먹으니 10시. 노트북을 켠다. 경쟁사 게임을 다운받는다. '던전 배틀 히어로즈' - 오늘 정식 출시. 우리 게임이랑 장르가 겹친다. 다운 받는 동안 커뮤니티 반응 확인. "밸런스 좋네", "과금 유도 심하다", "전투 재미있음". 첫 날 유저 평가는 7.5점. 나쁘지 않다.설치 완료. 10시 18분. 게임 시작. 튜토리얼부터 뜯어본다 튜토리얼 시작. 엑셀을 연다. 분석용 시트를 만든다.튜토리얼 클릭 횟수: 17번 튜토리얼 플레이 시간: 4분 32초 첫 전투까지 시간: 6분 10초 보상으로 받은 재화: 골드 1000, 다이아 100, 영웅 카드 1장우리 게임은 8분 걸린다. 이쪽이 빠르다. 전투 시스템 관찰. 턴제 RPG. 스킬 3개, 궁극기 1개. 속도 스탯이 턴 순서 결정. 크리티컬은 20% 기본 확률. 우리랑 비슷하다. 근데 UI가 더 직관적이다. 스킬 쿨타임이 화면에 크게 보인다.11시. 튜토리얼 끝. 메인 화면 구조 분석 시작. 수치를 파헤친다 1-1 스테이지 입장. 적 레벨 3. HP 180. 내 영웅 레벨 1. HP 200, 공격력 25. 계산한다. 180 ÷ 25 = 7.2 기본 공격 8번이면 잡는다. 스킬 쓰면 5번. 우리 게임은 10번 때려야 잡는다. 전투 템포가 빠르다. 1-10까지 플레이. 레벨업 경험치 테이블 정리.레벨 1→2: 경험치 50 레벨 2→3: 경험치 120 레벨 3→4: 경험치 210증가율 계산. 1.2배씩 증가 아니다. 구간마다 다르다. 초반은 빠르게, 중반부터 느리게. 엑셀에 그래프 그린다. 우리 게임 커브랑 비교. 이쪽이 초반 성장이 빠르다. "유저 이탈 막으려고 초반 보상 빵빵하게 줬네."자정. 10-1 스테이지 도달. 여기서부터 난이도 점프. 과금 구조 분석 상점 메뉴 열었다. 과금 패키지 14개. 최저가: 1,100원 - 다이아 100개 최고가: 109,000원 - 다이아 12,000개 + 전설 영웅 확정 계산기 두드린다. 다이아 1개당 가격.1,100원 패키지: 개당 11원 109,000원 패키지: 개당 9.08원할인율 17%. 우리는 25% 할인. 이쪽이 덜 준다. 그런데 리뷰는 "과금 유도 심하다"고 한다. 뽑기 확률 확인. 전설 등급: 1.5% 영웅 등급: 8.5% 희귀 등급: 90% 우리는 전설 2%. 이쪽이 낮다. "아, 뽑기 확률이 낮으니까 과금 압박 느끼는 거구나." 엑셀에 정리. 기대값 계산. 전설 영웅 1개 뽑으려면 평균 67회. 다이아 3,350개 필요. 현금 36,850원. 우리는 평균 50회. 25,000원. 이쪽이 1.5배 비싸다. 새벽 1시. 배고프다. 라면 끓인다. 밸런스 시뮬레이션 라면 먹으면서 생각한다. "쟤네 밸런스는 어떻게 잡았을까." 다시 게임 켠다. 20-1 스테이지. 보스 등장. 보스 HP: 15,000 내 영웅 공격력: 450 15,000 ÷ 450 = 33.3 34번 때려야 잡는다. 전투 로그 확인. 보스 패턴 3개.기본 공격: 데미지 200 광역 공격: 데미지 150 (전체) 궁극기: 데미지 500 (단일)궁극기는 5턴마다. 내 HP는 3,500. 힐러 없으면 3번 맞고 죽는다. "빡세네." 엑셀 시뮬레이터 만든다. 변수 입력:영웅 공격력 영웅 HP 보스 공격 패턴 크리티컬 확률F9 누른다. 시뮬 돌린다. 1,000회 반복. 평균 생존률: 62% 평균 클리어 시간: 2분 47초 우리 게임 보스는 생존률 75%. 이쪽이 더 어렵다. "난이도 높여서 과금 유도하는 거네." 새벽 2시. 눈이 침침하다. 커뮤니티 반응 체크 게임 접는다. 커뮤니티 다시 확인. 인기 글: "20스테이지 보스 개어려움 ㅋㅋ" "과금 안 하면 못 깨냐?" "밸런스 조정 필요" 댓글 읽는다. 무과금 유저들 난리. 과금 유저는 "할만하다"고 함. 우리 게임 커뮤니티랑 비교. 유저 반응 비슷하다. 난이도 불만은 항상 있다. 그런데 이쪽이 더 격렬하다. "환불하고 싶다"는 댓글 보인다. 엑셀에 정리.긍정 의견: 42% 부정 의견: 38% 중립: 20%우리 게임 런칭 때:긍정: 55% 부정: 30% 중립: 15%우리가 낫다. 유튜브 검색. '던전 배틀 히어로즈 리뷰' 영상 3개 올라왔다. 첫 영상 재생. "밸런스는 좋은데 과금 압박이..." 8분짜리 영상. 배속으로 본다. 핵심 정리:전투 시스템: 괜찮음 그래픽: 수준급 밸런스: 후반 급격히 어려움 과금 구조: 아쉬움우리 게임 리뷰 영상이랑 비교. 논점이 비슷하다. 새벽 3시. 커피 마신다. 네 번째. 데이터 종합 엑셀 시트 5개 만들었다.성장 커브 비교 과금 구조 분석 밸런스 시뮬레이션 유저 반응 정리 핵심 차별점그래프 그린다. 우리 게임이랑 겹쳐본다. 초반 성장: 쟤네가 빠름 중반 난이도: 비슷함 후반 과금 압박: 쟤네가 강함 유저 만족도: 우리가 높음 결론 정리. "쟤네 전략: 초반 빠른 성장으로 유저 잡고, 후반 난이도로 과금 유도." "우리 전략: 균형잡힌 성장, 적당한 난이도, 과금 압박 낮춤." 어느 쪽이 매출 높을까. 단기: 쟤네가 높을 것. 장기: 우리가 유리할 것. 추측이다. 데이터 더 봐야 한다. 새벽 4시. 보고서 초안 쓴다. A4 3장 보고서 형식: 제목: 경쟁사 신작 'DBHZ' 분석 보고서 작성자: [내 이름] 날짜: 2025년 1월 XX일게임 개요 핵심 시스템 분석 밸런스 구조 과금 모델 유저 반응 우리 게임과의 비교 시사점 및 제언A4 3장. 그래프 6개. 표 4개. 핵심 내용:초반 진행 속도 벤치마크 필요 후반 난이도 조정 검토 과금 구조는 현행 유지 추천 UI 개선 참고 가능마지막 문단: "경쟁사는 단기 매출 극대화 전략. 우리는 장기 유지율 중심 전략. 방향성은 유지하되, 초반 경험 개선으로 신규 유저 이탈 방지 필요." 저장한다. 내일 아침 팀장님께 보고. 새벽 4시 40분. 이제 자야 한다. 그런데. 다시 게임 켠다. 30스테이지까지 보고 싶다. "조금만 더." 업무인가 취미인가 5시 30분. 30스테이지 깼다. 보스 패턴 3개 더 확인. 눈 감으면 숫자가 보인다. HP, 공격력, 크리율, 턴 순서. 이게 업무인가. 아니면 취미인가. 회사에서 시키진 않았다.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 경쟁사 게임 보면 궁금하다. "쟤네는 어떻게 만들었을까." "수치는 어떻게 잡았을까." "밸런스는 왜 이렇게 했을까." 게임 끄고 싶다. 근데 못 끈다. 다음 스테이지가 궁금하다. 친구가 물어봤다. "취미가 뭐야?" 대답 못 했다. 게임이 취미다. 근데 일이기도 하다. 주말에도 게임한다. 월요일에 팀원들한테 말한다. "주말에 이거 해봤는데." 이게 자랑인가 하소연인가. 새벽 6시. 노트북 덮는다. 침대에 눕는다. 알람은 9시. 3시간 잘 수 있다. 눈 감는다. 머릿속에 엑셀 시트가 떠오른다. 숫자가 스크롤 된다. "아, 시뮬 하나 더 돌려볼걸." 일어나고 싶다. 근데 몸이 안 움직인다. 잠든다. 꿈에 보스가 나온다. HP 15,000짜리. 출근길 생각 9시 알람. 침대에서 일어난다. 3시간 잤다. 씻으면서 생각한다. "오늘 보고 어떻게 하지." 지하철. 핸드폰으로 보고서 다시 본다. 오타 2개 발견. 수정. 옆자리 사람도 게임한다. '던전 배틀 히어로즈'. "쟤도 하네." 화면 슬쩍 본다. 15스테이지쯤. 아직 초반이다. 과금했나 안 했나 궁금하다. 물어볼 수 없다. 이상한 사람 된다. 회사 도착. 10시 2분. 커피 뽑는다. 컴퓨터 켠다. 메일 확인. 팀장님 메일: "오늘 11시 회의. 경쟁사 게임 얘기 좀 하자." "아, 다행이다." 보고서 슬랙에 올린다. "어젯밤에 경쟁사 신작 해봤습니다." 5분 뒤. 팀장님 답장: "새벽에 또 일했어? ㅋㅋ 고생했네." 대답한다. "재밌어서 했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진짜 재밌었다. 근데 피곤하다. 직업병 동료가 물었다. "게임 기획자는 게임 못 즐기지?" 맞다. 게임하면서 즐길 수 없다. 항상 뜯어본다.이 스킬 데미지는 얼마? 성장 커브는 어떻게? 과금 구조는? 밸런스 근거는?영화 보면서 편집 분석하는 감독. 밥 먹으면서 레시피 생각하는 요리사. 같은 거다. 친구랑 게임했다. 친구: "이 게임 재밌다!" 나: "응, 근데 밸런스는 좀..." 친구: "넌 그냥 좀 해봐." 나: "...응." 못 고친다. 이미 몸에 배었다. 게임 보면 엑셀이 떠오른다. 수치가 궁금하다. 시뮬 돌리고 싶다. 이게 능력인가. 아니면 병인가. 11시 회의 회의실. 팀장님, 동료 3명. 팀장님: "경쟁사 게임 해본 사람?" 나랑 동료 1명 손 든다. 팀장님: "분석 자료 있어?" "네, 어젯밤에 만들었습니다." 화면 공유. 보고서 설명. 20분 발표. 팀장님: "새벽에 언제 이걸 다 해?" "...밤 10시부터 6시까지요." 팀원들 웃는다. "미쳤네 ㅋㅋ" "진짜 게임 좋아하긴 하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냥 웃는다. 팀장님: "고생했어. 유용하네." "쟤네 초반 속도 우리도 참고해보자." 회의 끝. 내 제안 하나 채택됐다. 뿌듯하다. 밤샘 안 아깝다. 그런데. 다음 주에 또 할 거다. 덕업일치의 함정 게임 기획자는 꿈의 직업이었다. 좋아하는 걸로 돈 버는 거. 5년 했다. 여전히 좋다. 근데 복잡하다. 좋아해서 일한다. 일이라서 좋아한다. 경계가 없다. 밤 10시에 경쟁사 게임 켜는 게 업무인가. 아니다. 시키지 않았다. 그럼 취미인가. 아니다. 분석하고 보고서 쓴다. 어디까지가 일인가. 언제부터 쉬는 건가. 친구들 부럽다. 6시 되면 일 끝. 주말엔 완전히 다른 걸 한다. 나는? 주말에도 게임 패치 노트 읽는다. 밤에 유저 피드백 확인한다. 좋은 건가. 아니면 문제인가. 모르겠다. 다음 날 밤 10시. 또 노트북 켠다. 어제 30스테이지까지 했다. 오늘은 40까지 가본다. '던전 배틀 히어로즈' 실행. 로딩 화면. 잠깐 멈춘다. "또 하네." 껐다가. 다시 켠다. "마지막만." 게임 시작. 엑셀 연다. 새벽 3시까지 할 거다. 안다. 그래도 켠다.일과 취미의 경계가 없는 삶. 피곤하다. 그래도 내일 또 할 거다.

아티스트가 '이건 게임플레이와 맞지 않아'라고 할 때

아티스트가 '이건 게임플레이와 맞지 않아'라고 할 때

아티스트가 '이건 게임플레이와 맞지 않아'라고 할 때 오전 10시, 슬랙 알림 출근했다. 커피 뽑으려는데 슬랙에서 알림 세 개. 아트팀 민수 형이다. "어제 밸런스 패치 데이터 받았는데요, 이거 시각적으로 이상해요." 무슨 소리야. 수치만 바꿨는데. "공격 이펙트가 3히트에서 5히트로 늘어났잖아요. 그럼 이펙트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리소스로는 안 됩니다." 아, 그거. 밸런스 잡으려고 공격 횟수 늘렸다. DPS는 같은데 타격감을 더 주려고. 유저들이 '때리는 맛'이 없다고 난리였거든. 근데 아티스트 입장에선 일이 두 배로 늘어난 거다. "일단 회의실로 오세요." 커피는 나중에.회의실에서의 30분 민수 형이 태블릿으로 이펙트를 보여줬다. "지금 3히트 이펙트는 이렇게 타격감을 강조했어요. 칼이 들어갔다 나오는 느낌. 근데 5히트로 늘리면 이게 다 흐려져요. 빠르게 치면 시각적으로 뭉개집니다." 보니까 맞는 말이다. 공격 모션은 1.2초인데, 5번을 때리면 0.24초마다 한 번씩. 이펙트가 겹쳐서 화면이 번쩍번쩍할 거다. "그럼 이펙트를 좀 더 간결하게 만들면 안 될까요?" "그럼 타격감이 사라지죠. 애초에 이 캐릭터는 '묵직한 한 방'이 컨셉이었잖아요." 맞다. 초기 기획서에 그렇게 썼다. 근데 밸런스는 망가졌다. 묵직한 한 방은 좋은데, DPS가 낮아서 아무도 안 쓴다. 픽률 2.3%. 밑바닥이다. "형, 근데 지금 이 캐릭터 승률 41%예요. 버프 안 하면 유저들이 환불 요구합니다." "그럼 데미지를 올리면 되잖아요. 왜 히트 수를 늘려요?" "데미지만 올리면 밸런스가 더 깨져요. 한 방이 너무 세지면 PVP에서 문제고." 둘 다 할 말이 있다. 민수 형은 아트 디렉션을 지키고 싶은 거고, 나는 밸런스를 맞추고 싶은 거다. 30분 동안 말했다. 결론은 안 났다. "일단 PD님한테 물어보겠습니다." 최악의 선택지다. PD한테 올라가면 일정이 밀린다.왜 이렇게 충돌하나 점심 먹으면서 생각했다. 아티스트와 기획자는 다른 걸 본다. 아티스트는 '일관성'을 본다. 캐릭터의 아이덴티티. 이펙트의 느낌. 화면의 조화. 이게 무너지면 게임이 못생겨진다. 기획자는 '수치'를 본다. 승률. 픽률. DPS. 유저 불만 접수 건수. 이게 무너지면 게임이 망한다. 둘 다 맞는 소리다. 근데 우선순위는 뭘까. 예쁜데 안 팔리는 게임? 못생겼는데 재밌는 게임? 답은 케바케다. 근데 회사는 '일단 팔리는 게임'을 원한다. 돈 못 벌면 아무리 예뻐도 의미 없다. 현실이 그렇다. 이게 게임 기획자의 비극이다. 항상 '게임플레이'를 우선해야 한다. 근데 그러다 보면 아티스트의 비전을 깬다. "기획자가 게임을 망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오후 3시, PD 미팅 PD님이 물었다. "둘 다 타협 안 돼요?" "네." 민수 形도 고개 끄덕였다. PD님이 한숨 쉬었다. "기획 쪽 의견은 뭔데요?" "히트 수를 늘리되, 3히트는 유지하고 2히트는 약하게 추가합니다. DPS는 올리되 타격감은 유지. 이펙트도 두 개만 더 만들면 됩니다." "아트 쪽은요?" "데미지만 20% 올리고, 대신 스킬 쿨타임을 줄입니다. 히트 수는 그대로. 아이덴티티 유지." PD님이 모니터를 봤다. 밸런스 시트를 열었다. 5분 동안 조용했다. "기획 안으로 갑니다. 민수씨, 이펙트 2개만 더 만들어주세요. 일정은 이틀 드릴게요." "PD님, 근데 이렇게 하면..." "알아요. 근데 지금 유저 불만이 더 급해요. 아트는 나중에 다시 조정하죠." 민수 형 표정이 굳었다. 회의 끝났다. 복도에서 민수 형이 말했다. "나중에 조정한다는 게, 결국 안 한다는 거 알죠?" "형, 미안해요." "미안하면 됩니까. 이렇게 하면 이 캐릭터 아이덴티티가 다 무너지는데." 할 말이 없었다.왜 게임플레이가 이기나 저녁 먹으면서 또 생각했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매체다. 보는 게 아니다. 영화는 다르다. 시각적 완성도가 전부다. 못생긴 영화는 망한다. 근데 게임은? 못생겨도 재밌으면 된다. 마인크래프트 봐라. 그래픽 똥이다. 근데 역대급 흥행. 발로란트, 리그오브레전드. 그래픽이 최고는 아니다. 근데 게임성으로 먹고산다. 유저들은 '예쁜 게임'보다 '재밌는 게임'을 원한다. 재밌으면 못생긴 건 참는다. 근데 예쁘기만 하고 재미없으면? 바로 환불이다. 이게 현실이다. 아티스트는 이걸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당연하다. 본인들이 만든 게 깨지니까. 근데 기획자 입장에서는? 유저 데이터가 답이다. 픽률 2.3%, 승률 41%. 이건 '망한 캐릭터'다. 아무리 예뻐도 소용없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게임은 비즈니스다. 안 팔리면 끝이다. 밤 11시, 패치 노트 작성 퇴근 전에 패치 노트 초안 썼다. "XX 캐릭터 공격 메커니즘 개선. 타격감 증가 및 DPS 조정." '개선'이라는 단어를 썼다. '변경'이 아니라. 유저들한테는 긍정적으로 보이게. 근데 속으로는 찝찝하다. 민수 형이 공들인 이펙트가 이제 뭉개질 거다. 묵직한 한 방은 이제 빠른 연타가 된다. 캐릭터 아이덴티티? 밸런스 앞에서는 사치다. 슬랙에서 민수 형한테 메시지 보냈다. "형, 이펙트 작업 힘들면 말해요. 일정 조율 다시 해볼게요." 읽음 표시 떴다. 답은 안 왔다. 이게 반복되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기획자와 아티스트는 계속 부딪힌다. "이 UI 너무 화려해서 게임플레이 방해해요." → "그럼 디자인 의미가 없잖아요." "이 애니메이션 0.2초 줄여주세요." → "그럼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요." "이 이펙트 색 바꿔주세요, 적 스킬이랑 헷갈려요." → "컨셉 색인데요?" 매번 기획이 이긴다. 왜냐면 '게임플레이'가 우선이니까. 그러다 보면 아티스트는 지친다. "어차피 내 의견은 안 받아들여지는데, 왜 회의를 해요?" 이 말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 나도 아티스트의 비전을 존중한다. 근데 유저 데이터가 더 강하다. 승률 41%를 보면서 '그래도 예쁘니까 괜찮아'라고 할 수는 없다. 회사가 안 허락한다. 타협의 기술 그래도 방법은 있다. 완전히 포기하는 게 아니라, '절충안'을 찾는 거다. 오늘 케이스로 보면:기획 최초안: 5히트 (아트 완전 포기) 아트 최초안: 3히트 유지 (밸런스 포기) 절충안: 3히트 + 약한 2히트 (둘 다 조금씩 양보)이렇게 하면 아티스트도 '완전히' 깨진 건 아니다. 메인 타격감은 유지되니까. 기획자도 DPS는 올라가니까 밸런스는 맞출 수 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근데 '최악'은 피한다. 이게 게임 개발이다. 완벽은 없다. 타협만 있다. 다음 날 아침 출근했다. 민수 형이 이펙트 초안 보내줬다. 3히트는 그대로. 2히트는 얇고 빠르게. "이 정도면 아이덴티티는 지킬 수 있을 것 같아요." 답장 보냈다. "고생하셨습니다. 이거면 밸런스도 괜찮을 것 같아요." QA한테 빌드 넘겼다. 테스트 돌린다. 이번 주 금요일에 패치 나간다. 유저 반응 보고 또 조정할 거다. 숫자 게임은 끝이 없다. 민수 형이랑 또 싸울 수도 있다. 아마 싸울 거다. 근데 그게 게임 개발이다. 아티스트와 기획자는 영원히 충돌한다. 아름다움과 재미는 항상 줄다리기한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이기면? 게임이 망한다. 둘 다 조금씩 양보해야 게임이 산다. 이게 답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지금까지는 이렇게 해왔다.게임플레이가 이기는 게 아니다. 게임이 이기는 거다.

격주 목요일 데이터 분석: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

격주 목요일 데이터 분석: 숫자들이 말해주는 것

목요일 10시, 엑셀을 켠다 격주 목요일. 데이터 분석의 날이다. PD가 올린 대시보드 링크를 연다. 지난 2주 동안의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다. DAU, RPU, 리텐션, 이탈율, ARPPU, 과금 전환율. 익숙한 숫자들. 커피 한 잔 뽑아서 마신다. 이 시간이 좋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숫자가 좋으면 기분 좋고, 나쁘면 우울하다. 단순하다.데이터를 엑셀로 다운받는다. 우리 회사 대시보드는 보기만 하는 용도다. 진짜 분석은 엑셀에서 한다. 피벗 테이블, VLOOKUP, IF 중첩. 내 무기들. 지난 2주 데이터를 정리한다. 일자별로, 유저 코호트별로, 과금 구간별로. 숫자가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DAU, 첫 번째 지표 DAU부터 본다. 일평균 활성 유저. 게임이 살아있는지 죽어가는지 제일 먼저 알려주는 숫자. 지난주 평균 DAU 12만 5천. 그 전주는 12만 8천이었다. 2.3% 감소. 심장이 조금 쫄깃해진다. 평일 DAU 그래프를 그려본다. 월요일이 제일 낮고, 목요일에 올라가고, 금요일에 정점. 주말은 조금 떨어진다. 패턴은 정상이다. 문제는 추세선이다. 지난달부터 완만하게 내려가고 있다. 월 5% 정도. 이 속도면 3개월 후에는... 계산하기 싫다. PD가 물어볼 게 뻔하다. "왜 떨어지는 거 같아요?" 나도 알고 싶다. 유저 이탈 원인을 찾아야 한다. 데이터를 더 파본다. 레벨 구간별 DAU 변화. 1~10레벨 유저는 늘었다. 신규 유입은 괜찮다는 뜻. 문제는 30~50레벨 구간. 지난달 대비 15% 감소했다. 중반 콘텐츠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메모한다. "중반 콘텐츠 점검 필요. 30~50 이탈 심각."리텐션, 진짜 중요한 숫자 다음은 리텐션. 신규 유저가 며칠이나 게임을 하는가. D1, D3, D7, D30. 각각 1일차, 3일차, 7일차, 30일차 잔존율. 우리 게임 평균:D1: 52% D3: 28% D7: 18% D30: 8%장르 평균과 비교한다. 모바일 RPG 기준으로 D1은 조금 낮고, D7은 괜찮은 편. 문제는 D3이다. 3일차에 절반이 떨어져 나간다. 코호트 분석을 돌린다. 이번 주 신규 유저 5천 명의 행동 패턴. 1일차에 평균 플레이 시간 45분. 2일차 28분. 3일차 12분. 플레이 타임이 급격히 떨어진다. 왜? 로그를 뒤진다. 2일차 유저들이 어디서 막히는지 확인한다. 던전 3-5에서 이탈이 많다. 난이도 스파이크가 있는 구간. 역시 밸런스 문제다. 기획서를 다시 본다. 3-5 던전 권장 전투력 1만 2천. 평균 유저 전투력은 1만. 2천 차이가 크다. 초반인데. 수치 조정이 필요하다. 메모한다. "3-5 던전 난이도 하향. 권장 전투력 1만으로 조정. D3 리텐션 개선 목표." RPU, 돈 버는 숫자 RPU를 본다. Revenue Per User. 유저 한 명당 매출. 지난 2주 평균 RPU: 4,200원. 목표는 5,000원이었다. 16% 부족하다. 다음 회의에서 나올 말이 뻔하다. "매출이 목표보다 낮은데, 뭘 해야 할까요?" 나한테 물어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과금 전환율을 본다. 전체 유저 중 돈을 쓴 비율. 3.2%. 100명 중 3명만 돈 쓴다. 업계 평균이 2~4%니까 나쁘진 않다. ARPPU를 계산한다. Average Revenue Per Paying User. 과금 유저 한 명당 평균 매출. RPU 4,200원 ÷ 전환율 3.2% = ARPPU 13만 1천원. 과금 유저는 평균 13만원을 쓴다. 많은 건가, 적은 건가.과금 구간별로 쪼갠다.1만원 이하: 1.8% 1~5만원: 0.9% 5~10만원: 0.3% 10만원 이상: 0.2%고래가 적다. 10만원 이상 쓰는 유저가 0.2%. 1천 명 중 2명. 근데 이 2명이 전체 매출의 40%를 만든다. 고래 이탈 방지가 중요하다. 고래 유저 로그를 확인한다. 최근 2주간 접속 패턴, 플레이 시간, 구매 내역. 이상 징후가 없는지 체크. 한 명이 눈에 띈다. 지난달까지 월 50만원씩 쓰던 유저. 이번 달은 5만원. 접속 시간도 하루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었다. 이탈 직전이다. CS팀에 공유한다. "이 유저 케어 부탁드립니다. 고래 유저입니다." 매출은 결국 사람이다. 이탈율, 무서운 숫자 이탈율을 본다. 신규 유저가 언제 그만두는가. 레벨 구간별 이탈율:1~10레벨: 35% 11~20레벨: 22% 21~30레벨: 28% 31~40레벨: 18%21~30 구간 이탈율이 높다. 로그를 분석한다. 25레벨에서 이탈이 집중된다. 뭐가 있지? 기획서를 확인한다. 25레벨에 길드 시스템이 열린다. 길드 가입을 강제하진 않지만, 이후 콘텐츠가 길드 기반이다. 솔로 유저가 벽을 느낀다. 커뮤니티를 찾아본다. 유저 피드백. "25렙부터 길드 없으면 진행 불가능" "혼자 하고 싶은데 강제로 길드 가입하래요" "길드 안 하면 보상 못 받음" 역시. 소셜 콘텐츠 진입 장벽이 문제다. 메모한다. "25레벨 솔로 유저 경험 개선. 길드 비가입자도 진행 가능한 대체 콘텐츠 필요." 이탈 사유는 복합적이다. 난이도, 콘텐츠 부족, 강제성, 보상 밸런스. 하나씩 해결해야 한다. 데이터는 문제를 알려준다. 해결은 기획자 몫이다. PvP 밸런스, 숫자의 전쟁 PvP 데이터를 본다. 승률 분포, 덱 사용률, 캐릭터 픽률. 제일 골치 아픈 부분이다. S등급 캐릭터 '레나' 픽률: 78%. 거의 모든 유저가 쓴다. 승률은 62%. OP다. 너프가 필요하다. 근데 레나는 한정 과금 캐릭터다. 돈 주고 뽑은 유저들이 많다. 너프하면 난리 난다. 지난번에 경험했다. '발키리' 너프했을 때 게시판이 불탔다. "환불하세요", "사기", "믿고 뽑았는데". 매출도 일주일간 30% 떨어졌다. 그래도 해야 한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PvP를 안 한다. PvP 안 하면 게임 수명이 짧아진다. 너프 수치를 계산한다. 레나 스킬 '섬광베기' 공격력 배율 250% → 200%. 승률 시뮬레이션 돌린다. 엑셀로 만든 간이 전투 시뮬레이터. 예상 승률: 54%. 적정 수준이다. 기획서 작성한다. "레나 밸런스 조정안. 섬광베기 공격력 20% 하향. 사유: PvP 픽률 및 승률 과다." 내일 회의에서 설득해야 한다. PD는 매출 걱정할 거고, 마케팅팀은 반발할 거고, 개발팀은 "또요?"라고 할 거다. 근데 데이터는 거짓말 안 한다. 신규 콘텐츠 반응, 숫자로 평가받는다 2주 전에 업데이트한 '무한의 탑' 콘텐츠. 기획에 3주 걸렸다. 유저 반응을 본다. 참여율: 23%. 목표는 40%였다. 절반도 안 된다. 클리어율을 본다. 10층까지 클리어한 유저: 8%. 50층까지: 0.3%. 너무 어렵다는 뜻이다. 평균 도전 횟수: 2.1회. 두 번 하다가 포기한다. 보상 수령률: 15%. 콘텐츠는 했는데 보상을 안 받는다. UI 문제일 수도 있다. 커뮤니티 반응을 확인한다. "무한의 탑 너무 어려움" "보상이 별로라 안 함" "10층부터 막힘" 예상한 반응이다. QA 때도 느꼈다. 어렵다고. 근데 PD가 "어려워야 도전 의욕 생긴다"고 했다. 결과는 이렇다. 메모한다. "무한의 탑 난이도 전면 하향. 1~20층 20% 하향, 보상 상향 30%. 참여율 40% 목표." 3주 기획한 콘텐츠가 2주 만에 수정된다. 흔한 일이다. 숫자 뒤의 사람들 데이터를 보다 보면 잊는다. 숫자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걸. DAU 12만 5천은 12만 5천 명의 유저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 게임하는 직장인. 학교 끝나고 PC방에서 하는 학생. 밤새 랭킹 올리는 고래 유저. 다 사람이다. 로그를 보면 보인다. 매일 새벽 2시에 접속하는 유저. 야근하는 사람인가. 밤샘하는 학생인가. 하루에 30분만 하는 유저. 시간 없는 직장인이겠지. 주말마다 10시간씩 하는 유저. 게임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각자의 이유로 우리 게임을 한다. 재밌어서, 시간 때우려고, 친구가 하니까, 스트레스 풀려고. 이유는 다양하다. 근데 우리는 그걸 숫자로 본다. 리텐션, 이탈율, RPU. 어쩔 수 없다. 12만 명을 일일이 이해할 순 없다. 숫자로 패턴을 보고, 문제를 찾고, 개선한다. 그게 내 일이다. 오후 3시, 보고 자료 작성 데이터 분석 끝. 이제 보고 자료를 만든다. PPT를 연다. 슬라이드 1: 요약DAU 2.3% 감소, 중반 콘텐츠 이탈 심각 RPU 목표 대비 16% 부족, 고래 유저 케어 필요 PvP 밸런스 조정 필요, 레나 너프 제안슬라이드 2: DAU 분석그래프, 수치, 원인 분석 개선 방안: 30~50 레벨 콘텐츠 강화슬라이드 3: 리텐션 분석D3 리텐션 개선 필요 3-5 던전 난이도 하향 제안10페이지 분량. 그래프, 표, 분석, 제안. 내일 회의 자료다. PD는 이 자료 보고 의사결정한다. 뭘 고칠지, 뭘 만들지, 어디에 리소스를 쓸지. 데이터 분석이 중요한 이유다. 감으로 하면 틀린다. 숫자로 하면 정확하다. 완벽하진 않아도 방향은 맞다. 숫자가 주는 위안 데이터 분석은 스트레스다. 나쁜 숫자 보면 우울하고, 좋은 숫자 보면 불안하다. "다음엔 떨어지면 어쩌지." 근데 위안도 된다.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감정, 정치, 눈치 없다.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유저들이 불만이 많아요" → 데이터로 확인한다. 이탈율 증가했나? 플레이 타임 줄었나? "이 캐릭터 약한 거 같아요" → 데이터로 확인한다. 승률 낮나? 픽률 낮나? "이번 이벤트 반응 좋았어요" → 데이터로 확인한다. 참여율 높나? 매출 올랐나? 추측이 아니라 사실. 기획자가 숫자를 믿는 이유다. 물론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유저 감정, 브랜드 이미지, 장기 전략. 숫자로 안 보이는 것도 많다. 근데 적어도 숫자는 출발점이다. 여기서 시작한다. 퇴근길, 경쟁사 데이터 퇴근한다. 지하철에서 폰을 꺼낸다. 경쟁사 게임 순위를 확인한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우리 게임: 47위. 지난주는 42위였다. 5계단 떨어졌다. 경쟁사 신작이 20위 안에 3개. 시장이 좁아진다. 살아남으려면 계속 개선해야 한다. DAU 올리고, RPU 올리고, 리텐션 올리고. 끝없는 싸움이다. 숫자와의 전쟁. 근데 이게 내 일이다. 격주 목요일마다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찾고, 해결책을 제안한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뿌듯하고. 숫자들이 말해준다. 게임이 잘되고 있는지, 망하고 있는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 냉정하지만 정직하다. 그래서 계속한다.내일 회의에서 레나 너프 설득해야 한다. 데이터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