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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 27 Dec, 2025
명절에 부산 내려가서 게임 하는 죄책감
부산행 KTX 명절 전날 밤 11시. 짐 쌌다. 노트북, 충전기, 보조배터리. 옷은 대충. 게임은 철저히. KTX에서도 폰 켰다. 유저 데이터 확인. 명절 이벤트 시작 2시간 차. 참여율 62%. 나쁘지 않다. 옆자리 아저씨가 봤다. 게임하는 줄 알았을 거다. 사실 반은 맞다.집 도착 "왔냐. 밥 먹어라." 어머니가 준비한 음식. 3시간은 걸렸을 거다. 나는 30분 만에 먹었다. 그리고 폰 봤다. "게임 좀 그만해라." 일입니다, 라고 말하려다 참았다. 설명 길어진다. 그냥 미안하다고 했다. 방에 들어갔다. 노트북 켰다. 엑셀 시트 20개. 밸런스 데이터가 춤춘다. 이게 일이다. 근데 재밌다. 그게 문제다. 명절 오전 아침 9시. 일어났다. 늦게 잤다. 새벽 3시까지 유저 피드백 정리했다. "명절인데 좀 쉬지." 아버지 말씀. 맞다. 근데 게임은 명절도 모른다. 유저는 지금도 접속 중이다. 거실에서 폰 봤다. 경쟁사 신작 나왔다. 깔았다. 튜토리얼 돌렸다. 전투 시스템 괜찮네. "게임만 하네." 취미가 아닙니다. 일입니다. 또 속으로만 말했다.점심 준비 부모님이 음식 준비하신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다. 폰 든 채로. 도와드려야 한다. 안다. 근데 긴급 공지 올라왔다. 서버 불안정. QA팀장한테 메시지 왔다. "점심 먹고 봐도 되지 않냐." 어머니 말씀. 맞다. 근데 유저는 지금 불편하다. 우리 게임 지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5분만요. 그렇게 말하고 개발팀 단톡방 확인했다. 이미 조치 중이래. 다행이다. 그새 10분 지났다. 부모님은 거의 다 차리셨다. 나는 뭐 했나. 오후 시간 친척들 오셨다. 인사했다. 앉았다. 대화 시작됐다. "요즘 뭐해?" 게임 회사 다닙니다. 기획자요. "아, 게임 만드는 거?" 네. 맞습니다. "그럼 하루 종일 게임하네?"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설명 길어진다. 그냥 웃었다. 대화 끝났다. 다시 폰 봤다. 이벤트 매출 집계 나왔다. 목표 대비 120%. 좋다. PD한테 카톡 왔다. "수고했어요. 명절 잘 보내세요." 고맙다. 근데 나도 모니터링 중이다. 저녁 무렵 부모님이 설거지하신다. 이번엔 도왔다. 폰 안 봤다. 30분. 설거지 끝나고 방 들어갔다. 노트북 켰다. 다음 주 업데이트 기획서. 금요일까지다. 근데 명절이다. 쉬어야 한다. 알고 있다. 그래도 켰다. 일단 열어만 봤다. 한 줄 썼다. 두 줄 썼다. 시스템 구조도 그렸다. 한 시간 지났다. 문 열렸다. 어머니다. "아직도 일해?" 게임 아니라 일이라는 걸 알아주신다. 고맙다. 근데 표정은 안 좋으시다.밤 11시 거실에 나갔다. 부모님 주무신다. TV 꺼져 있다. 냉장고 열었다. 음료수 꺼냈다. 마시면서 폰 봤다. 또. 유저 게시판 확인. 칭찬 글 하나. "이번 이벤트 좋네요." 기분 좋다. 욕 글 세 개. "밸런스 좆같네." 기분 나쁘다. 근데 익숙하다. 방 돌아왔다. 침대에 누웠다. 천장 봤다. 부모님한테 제대로 얘기한 적 없다. 내가 뭐 하는지. 어떤 게임 만드는지. 얼마나 재밌는지. 아니, 얼마나 힘든지도. 그냥 "게임 회사 다녀요"로 끝났다. 그럼 "게임만 하네"로 돌아온다. 죄책감의 정체 문제는 이거다. 나도 모르겠다는 거. 폰 볼 때. 경쟁사 게임 할 때. 유저 데이터 볼 때. 기획서 쓸 때. 이게 일인가, 취미인가. 재밌어서 하는가, 해야 해서 하는가. 부모님 보기에는 똑같다. 폰 들고 화면 보는 거. 게임하는 거. 나도 헷갈린다. 지금 이거 일 때문에 보는 건가. 아니면 그냥 보고 싶어서 보는 건가. 경계가 없다. 출근해도 게임하고. 퇴근해도 게임하고. 명절에도 게임한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행복하다고 했다. 반만 맞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하면 쉴 수가 없다. 다음날 아침 부산역 도착. KTX 탔다. 서울 올라간다. 어머니가 도시락 싸주셨다. 무거웠다. 맛있을 거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일 힘들지 마. 건강 챙겨." 고맙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개찰구 들어갔다. KTX 앉았다. 폰 켰다. 회사 단톡방 확인. 긴급 회의 있다. 내일 오전 10시. 도시락 열었다. 먹으면서 유저 데이터 봤다. 명절 기간 DAU 15% 증가. 맛있다. 데이터도, 도시락도. 창밖 봤다. 부산 멀어진다. 서울 가까워진다. 죄책감은 남았다. 명절 내내 부모님 앞에서 폰만 봤다. 근데 이게 내 일이다. 내 삶이다. 이해받고 싶다. 근데 설명하기 어렵다. 게임 기획자의 명절은 이렇다. 쉬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 중간 어딘가에서 죄책감 느끼며 폰 본다. 서울역 도착했다. 집 간다. 출근 준비한다. 내일부터 다시 회사다. 밸런스 시트 펴고, 유저 피드백 보고, 기획서 쓴다. 그때는 죄책감 없다. 당당하게 게임한다. 일이니까. 근데 또 명절 온다. 추석. 그때도 똑같을 거다. 부모님 앞에서 폰 보고, 일이라고 속으로 변명하고. 이게 게임 기획자의 삶이다. 덕업일치의 그림자.명절 끝. 죄책감은 계속. 다음 업데이트 준비.
- 21 Dec, 2025
목요일 저녁 6시, QA팀의 '심각도 높음' 리포트
목요일 저녁 6시 30분 슬랙이 울린다. QA팀장 메시지다. "이번 주 빌드 이슈 리스트 공유드립니다. 심각도 높음 17건입니다." 17건. 배포 D-3인데 17건. 커피 식었다. 다시 마신다. 쓰다.엑셀을 연다. QA 이슈 시트가 빨갛다. 심각도 높음. 게임 플레이 불가능하거나 진행 막히는 것들. 중간은 중요하지만 플레이는 되는 것. 낮음은 UI 어색하거나 텍스트 오타. 17건이면 많은 거다. 보통은 5건 이하. 첫 번째 이슈: 전투 스킵 버그 "전투 스킵 시 보상 2배 지급됨" 아. 이건 진짜 심각하다. 유저가 스킵으로 보상 파밍하면 경제 다 무너진다. 프로그래머한테 메시지 보낸다. "형 이거 급한데 오늘 안에 가능?" 답장 온다. "로직 확인 중. 1시간 뒤에 알려드림." 1시간. 기다린다.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UI 겹침 "상점 팝업 위에 메일 알림 겹침" "던전 입장 시 파티 정보 안 보임" "설정 창에서 뒤로가기 안 됨" "튜토리얼 손가락이 버튼 벗어남" UI팀 일이다. 기획은 확인만 한다. 하나씩 재현해본다. 상점 팝업은 진짜 겹친다. 메일 숫자가 결제 버튼 가린다. 던전은... 아 파티원 4명일 때만 안 보이네. 설정 창은 뒤로가기 버튼이 비활성화됐다. 이건 왜? 튜토리얼은 해상도 문제다. 갤럭시 A시리즈에서만. 스샷 찍는다. UI 디자이너한테 공유. "확인했습니다. 내일 오전에 수정본 올릴게요." 내일 오전. 배포 D-2. 빡빡하다. 여섯 번째: 밸런스 이슈 "5성 캐릭터 '아리엘' 스킬 데미지 과다" 이건 내 파트다. 데이터 시트 연다. 아리엘 스킬 계수 확인. 기본 공격력 850, 스킬 계수 320%. 850 × 3.2 = 2720. 여기에 치명타까지. 같은 등급 다른 캐릭터는 평균 2000. 20% 높다. 의도한 건데. 아리엘은 신규 픽업 캐릭터. 좀 세게 만들었다. 근데 QA 코멘트 본다. "일반 던전 보스 5초 컷. 다른 캐릭터 무의미해짐." 5초. 그건 너무한데.시뮬 돌려본다. 무기 +10, 특성 풀강, 파티 버프까지 받으면. 초당 데미지 8500. 보스 체력 40000. 5초 맞네. 문제는 이게 의도인지 버그인지다. PD한테 메시지 보낸다. "아리엘 데미지 20% 상향이 의도 맞죠?" 답장 온다. "네. 픽업이라 강하게." "근데 QA에서 너무 세다고 올라왔는데요." "얼마나?" "보스 5초 컷이요." "..." "계수 280으로 낮출까요? 그럼 15초 정도." "그럼 욕먹는데. 픽업인데 약하다고." "지금은 다른 캐릭 의미 없다고 할 거 같은데요." "일단 그대로 가고 유저 반응 보자." 알겠다고 답한다. 이슈 시트에 적는다. "PD 확인. 현 수치 유지. 런칭 후 모니터링." 일곱 번째부터 열 번째: 서버 이슈 "동접 200명 이상 시 렉 발생" "친구 목록 100명 넘으면 로딩 10초" "길드 채팅 30초마다 끊김" "보상 수령 시 간헐적 오류" 서버팀 일이다. 근데 기획도 알아야 한다. 동접 200명은 테스트 서버 기준이다. 실섭은 동접 5만 예상. 200명에서 렉이면 5만 명은 터진다. 친구 목록은 왜 100명 제한 안 걸었지. 기획서 확인한다. 아 제한 없다고 써놨네. 내가 썼다. 3개월 전에. 그때는 몰랐다. 100명 넘으면 로딩 10초인 줄. 길드 채팅은 서버 부하 때문이다. 최적화 필요. 보상 오류는 동시 요청 처리 문제. 서버 개발자한테 메시지. "형 이거 배포 전에 다 되나요?" "동접이랑 채팅은 어렵고요. 나머지는 해볼게요." "동접이랑 채팅 안 되면 어떻게 되는데요?" "오픈 첫날 서버 터질 수도." 망했다. PD한테 보고한다. "서버 이슈 2건 배포 전 해결 어렵대요." "그럼?" "오픈 동접 제한하거나 사전예약 줄여야 할 듯." "마케팅팀이랑 얘기해봐." 마케팅팀장한테 메시지. "사전예약 8만 명인데 동접 제한 필요할 수도 있어요." "뭔 소리?" 상황 설명한다. "그럼 광고비 날린 건데?" "서버 터지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일단 회의 잡자." 회의. 또 회의다. 열한 번째부터 열다섯 번째: 자잘한 것들 "스킬 이펙트 소리 안 남" "상점 아이템 정렬 이상함" "업적 달성 시 알림 2번 뜸" "캐릭터 대사 자막 안 맞음" "로비 배경음악 반복 시 끊김" 이건 심각도 높음은 아닌데. QA가 높음으로 올렸다. 하나씩 확인한다. 스킬 소리는 사운드 파일 누락. 사운드팀 전달. 상점 정렬은 최신순이 아니라 ID순으로 돼있다. 코드 수정 필요. 업적 알림은 로컬/서버 이중 체크 때문. 서버만 남기면 됨. 대사 자막은 번역팀 실수. 텍스트 교체. 배경음악은 루프 지점 설정 오류. 사운드팀. 각 팀한테 전달한다. 답장 온다. "확인", "수정", "내일 오전". 열여섯 번째: 결제 테스트 실패 "인앱 결제 샌드박스 환경 오류" 이건 진짜 심각하다. 결제가 안 되면 게임 못 낸다. 클라이언트 문제인지 스토어 문제인지. 프로그래머랑 같이 확인한다. 샌드박스 계정으로 테스트. 결제 팝업까지는 뜬다. 근데 결제 완료 후 아이템이 안 들어온다. 로그 본다. 영수증 검증 실패. 서버에서 애플/구글 영수증을 확인 못 하고 있다. "형 이거 뭐가 문젠데요?" "서버 인증서 갱신 안 됐나봐요." "언제 되는데요?" "내일 확인해볼게요." 내일. 또 내일. 열일곱 번째: 치명적 크래시 "특정 조건에서 앱 강제 종료" 재현 조건 본다.던전 입장 전투 중 홈버튼 5분 뒤 복귀 스킬 사용 시 크래시재현해본다. 던전 들어간다. 전투 시작. 홈버튼 누른다. 타이머 맞춘다. 5분. 유튜브 본다. 밸런스 패치 욕하는 영상. 재밌다. 5분 지났다. 게임 복귀. 스킬 누른다. 앱이 꺼진다. 재현됐다. 로그 본다. 메모리 오버플로우. 백그라운드에서 리소스 해제 안 됐다. 5분간 쌓이다가 복귀 시 터진다. 프로그래머한테 보낸다. "형 이거 재현됐어요. 메모리 이슈 같은데." "아 그거. 알고는 있었는데." "배포 전에 고쳐야죠?" "해볼게요. 근데 시간 빡빡해요." "이거 심각도 높음인데." "알아요. 근데 구조 수정이라 리스크 있어요." "안 고치면요?" "백그라운드 5분 이상 있다가 복귀하면 터져요." "그럼 유저들 욕하는데?" "고치다가 다른 데 터지면 더 욕먹는데?" 둘 다 맞는 말이다. PD한테 보고. "크래시 이슈 수정이 리스크 있대요." "어느 정도?" "백그라운드 5분 이상 시 앱 종료. 근데 고치면 전투 시스템 전체 불안." "확률은?" "백그라운드 5분 이상 유저가 얼마나 될까요?" "모르지. 근데 앱 터지는 건 치명적이잖아." "그래도 고치다 더 큰 버그 생기면요?" "..." "일단 알려진 이슈로 공지하고 다음 패치에서 수정은요?" "그것도 욕먹는다." "안 고치고 터지는 것도 욕먹는데요." "둘 다 욕먹으면 덜 욕먹는 쪽 가자." "어느 쪽이요?" "알려진 이슈로 간다. 고치다 더 터지면 안 되니까." 결정 났다. 이슈 시트에 적는다. "다음 패치 예정. 오픈 시 알려진 이슈 공지." 저녁 8시 20분 17건 정리 끝났다. 수정 확정: 11건 다음 패치: 4건 현 상태 유지: 2건 내일 오전까지 11건 수정본 올라온다. 내일 오후에 다시 QA 돌린다. 또 이슈 나오면 또 판단한다. 배포는 모레. 일요일 오후 2시. 주말 출근이다. 슬랙에 정리 내용 공유한다. PD: "수고" QA팀장: "내일 오전 빌드 기다릴게요" 프로그래머: "ㅠㅠ" 컴퓨터 끈다. 가방 챙긴다. 내일 또 온다. 배포 전은 언제나 이렇다.이슈 리스트는 우선순위가 아니라 정치다. 누구 의견이 더 센지.
- 14 Dec, 2025
매출 보너스를 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보너스 계산기 오전 10시. 출근하자마자 엑셀 켰다. 런칭까지 12일 남았다. 첫 주 매출이 목표치를 넘으면 보너스가 나온다. 연봉의 30%. 1560만원. 세후 1200만원쯤. 시뮬레이터 돌린다. 유저 1000명 가정. 레벨업 속도, 재화 획득량, 과금 유도 타이밍. 변수 37개. F9 누른다. 매크로 실행. 10만 번 반복. 결과: 예상 ARPU 8300원. 목표치는 9000원. 700원 부족하다.수치 하나가 1200만원 점심 먹고 회의. PD: "밸런스 어때?" 나: "ARPU 8300 나오는데요." PD: "9000 나와야 하는데?" 알아. 나도 안다고. 회의 끝나고 데이터 다시 뜯는다. 과금 포인트를 앞당길까. 아니면 재화 획득량을 줄일까. 문제는 균형이다. 너무 빡빡하면 유저가 튄다. 너무 후하면 매출이 안 나온다. 엑셀 수치 하나 바꾼다. 3.5를 3.2로. F9. 시뮬 돌린다. ARPU 8900원. 거의 다 왔다. 근데 이게 맞나.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없어지는 거 아닌가. 고민한다. 10분. 일단 저장한다.유저 vs 보너스 오후 4시. QA팀한테 메시지 왔다. "이번 빌드 재화 획득량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맞다. 내가 줄였다. 3.5에서 3.2로. QA: "유저들 불만 많을 것 같은데." 나: "데이터 보면 적정 수준인데요." 거짓말이다. 적정보다 빡빡하다. 알고 있다. 근데 9000원 ARPU를 못 찍으면 보너스가 없다. 1200만원이 날아간다. 유저의 재미와 내 보너스. 저울질한다. 5시. 프로그래머한테 슬랙 보낸다. "재화 획득량 3.2 적용해주세요." 엔터 누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시뮬레이션의 한계 밤 10시. 집에 왔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시뮬레이터는 숫자만 본다. 유저의 감정은 모른다. 3.5일 때는 유저가 '적당히 빡세네' 느낀다. 3.2일 때는 '재미없네' 느낀다. 그 차이 0.3을 시뮬은 못 잡는다. 근데 나는 그거 안다. 5년 했으니까. 그래도 3.2로 냈다. 보너스 때문에. 핸드폰 켠다. 경쟁사 게임 커뮤니티 본다. "밸런스 똥겜" "과금 유도 너무 심함" "삭제함" 우리 게임도 런칭하면 이렇게 될까. 12일 뒤면 안다. 런칭 D-12 오늘 시뮬 17번 돌렸다. 변수 바꾸고 F9. 결과 보고 또 바꾸고 F9. ARPU가 8700에서 910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확정은 내일 해야 한다. 빌드 마감이라서. PD가 물어본다. "자신 있어?" 자신? 없다. 유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그냥 숫자놀이다. 근데 대답한다. "9000 나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시뮬상으로는.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샀다. 두 캔. 집에서 마신다. 혼자. 런칭하면 첫 주가 지옥이다. 실시간 매출 보면서 손톱 뜯는다. 보너스 나오면 좋겠다. 1200만원. 근데 유저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그것도 싫다. 기획자의 딜레마 이 일 5년 했다. 매번 똑같은 고민이다. 유저 재미 vs 회사 매출. 둘 다 챙기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미있게만 만들면 매출 안 나온다. 매출 챙기면 유저가 욕한다. 그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다. 근데 그게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참고일 뿐이다. 유저는 숫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돌린다. 오늘도 내일도. F9 누르면서 기도한다. 제발 9000 찍어라. 그리고 유저들도 재미있다고 해라. 둘 다 되면 좋겠다. 근데 현실은.런칭까지 12일. 시뮬 돌리고 보너스 계산한다. 유저 재미는 그 다음이다. 아니, 같이 챙기고 싶은데 안 된다. 그게 이 일이다.
- 09 Dec, 2025
밸런스 이슈가 생기는 이유: 설계 vs 현실
엑셀에선 완벽했다 월요일 아침 10시. 출근해서 엑셀 켰다. 금요일에 만든 시뮬레이션 파일. VLOOKUP 함수로 10만 행 돌렸다. 무기 밸런스 완벽했다. 승률 49~51% 사이. 이론상 밸런스 최적이다. 자신 있었다. 5년 차 경력이다. 수치는 거짓말 안 한다. 월요일 저녁 9시. 게임 출시했다. 화요일 아침. 커뮤니티 불탔다. "A무기 OP임 ㅋㅋ" "B무기 쓰레기네" "밸런스 개판" 내 엑셀 파일 다시 봤다. 틀린 곳 없다. 승률 50.2% vs 49.8%. 완벽하다. 그런데 유저들은 난리다. 이게 3년 차 때까지 이해 못 했던 거다. 엑셀에선 완벽한데 게임에선 망가진다.유저는 엑셀처럼 안 한다 첫 번째 변수. 체감이다. A무기: 공격력 100, 공격속도 1.0초 B무기: 공격력 50, 공격속도 0.5초 DPS 똑같다. 100이다. 엑셀에선 동일하다. 유저 반응은 다르다. A무기: "한 방이 시원하다" B무기: "약하게 느껴진다" 숫자는 같은데 체감이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은 숫자 안 센다. 느낌으로 한다. 100 데미지 한 번이 50 데미지 두 번보다 강하게 느껴진다. 심리학이다. 격투 게임 기획자 선배가 그랬다. "유저는 프레임 단위로 안 본다. 기분으로 본다." 맞는 말이다. 두 번째 변수. 사용 난이도다. C스킬: 명중률 100%, 데미지 80 D스킬: 명중률 60%, 데미지 150 기댓값 계산하면 D가 90이다. 더 강하다. 실제론 C를 더 쓴다. 왜냐. 확정이 좋다. 빗나가는 거 싫다. 엑셀은 기댓값만 본다. 유저는 안정성 본다. 이런 거 5년 차 돼서야 알았다.메타가 숫자를 바꾼다 세 번째 변수. 조합이다. E캐릭터 단독 승률: 50% F캐릭터 단독 승률: 50% 밸런스 맞다. 출시했다. 2주 뒤. E+특정아이템 조합 발견됐다. 승률 65% 찍었다. 내가 못 본 조합이다. 10만 명 유저가 찾았다. 엑셀에선 캐릭터 하나만 봤다. 유저는 시너지 찾는다. 카드게임 기획할 때 이거 당했다. 카드 300장 있었다. 조합 경우의 수 수백만이다. 내부 테스트에선 못 찾는다. QA 인원 20명이다. 한계 있다. 유저 10만 명은 다르다. 1주일이면 모든 조합 다 뜯는다. "이 조합 OP네요" 커뮤니티에 퍼진다. 다들 따라한다. 메타가 된다. 메타가 되면 숫자가 달라진다. 원래 승률 50%였던 캐릭터. 카운터가 유행하면 승률 40% 된다. 나는 아무것도 안 건드렸다. 숫자 그대로다. 근데 밸런스 무너진다. 이게 제일 답답하다. 플레이타임이 인식을 바꾼다 네 번째 변수. 시간이다. 초보 구간: G무기 승률 55% 고수 구간: G무기 승률 45% 평균 내면 50%다. 엑셀에선 밸런스다. 출시 1주: "G무기 개사기" 출시 1달: "G무기 약함" 뭐가 맞나. 둘 다 맞다. 초보가 쓰면 강하다. 쉽다. 고수가 쓰면 약하다. 대응 가능하다. 시간 지나면 유저 실력 는다. 메타 변한다. 출시 초반엔 초보가 많다. G무기 강하다고 난리다. 3개월 뒤엔 다들 고수다. G무기 약하다고 난리다. 나는 아무것도 안 바꿨다. FPS 게임 기획자 동기가 그랬다. "밸런스는 고정값이 아니다. 시간 함수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밸런스 = f(수치, 메타, 플레이타임, 유저실력) 엑셀은 첫 번째만 본다. 나머지는 변수다. 근데 나머지가 더 중요하다.데이터는 거짓말한다 다섯 번째 변수. 표본이다. 전체 승률: 50% 구간별 보면. 브론즈: 60% 실버: 52% 골드: 48% 플래티넘: 45% 전체로 보면 밸런스다. 구간별로 보면 난리다. 어느 기준이 맞나. 정답 없다. 브론즈 유저: "이거 너프 해라" 플래티넘 유저: "이거 버프 해라" 둘 다 데이터 근거 있다. 근데 반대다. 나는 뭘 믿나. 예전엔 평균 봤다. 50%면 OK였다. 지금은 다르게 본다. 구간별로 다 본다. 그래서 작업량 5배 늘었다. 구간별 밸런스 다 맞추려면 변수 10개는 건드려야 한다. 한 곳 고치면 다른 곳 망가진다. 모그라 잡기다. 여섯 번째 변수. 소수 고수다. H캐릭터 승률: 48% 약해 보인다. 버프 고민했다. 데이터 뜯어봤다. 상위 1% 유저: 승률 70% 나머지 99%: 승률 47% 이거 버프하면 어떻게 되나. 상위 1%가 승률 80% 된다. 게임 망한다. 근데 99% 유저는 약하다고 느낀다. 뭐가 우선인가. 정답 없다. 회사마다 다르다. 우리 회사는 상위 유저 본다. 대회 있어서다. 다른 회사는 대중 본다. MAU가 중요해서다. 같은 데이터 다르게 해석한다. 감정이 숫자를 이긴다 일곱 번째 변수. 유저 감정이다. I무기: 승률 50%, 사용률 5% J무기: 승률 50%, 사용률 30% 밸런스는 같다. 인기는 다르다. 왜 I무기 안 쓰나. "재미없어요" "간지 안 나요" "소리가 별로" 승률이랑 상관없다. 재미는 숫자가 아니다. K스킬 있었다. 승률 52%였다. 약간 강했다. 커뮤니티에서 욕 먹었다. "이거 맞으면 짜증나요" "플레이 경험 망침" "재미없게 이김" 승률 문제가 아니었다. 감정 문제였다. 결국 리워크했다. 승률 48%로 낮췄다. 유저 만족도 올라갔다. 승률보다 감정이 중요했다. 엑셀은 승률만 본다. 유저는 기분 본다. 5년 차 돼서 배운 거다. 그래서 어떻게 하나 답은 없다. 엑셀은 기본이다. 근데 시작일 뿐이다. 실제 밸런스는 이렇게 한다.수치 설계한다. 엑셀로. 테스트 플레이한다. 직접. 체감 확인한다. 느낌으로. 내부 테스트한다. QA랑. 베타 테스트한다. 유저랑. 출시한다. 데이터 본다. 실시간으로. 유저 피드백 본다. 커뮤니티. 수정한다. 반복한다.끝이 없다. 출시가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라이브 게임은 계속 밸런스 잡는다. 2주에 한 번 패치한다. 1년이면 26번이다. 매번 엑셀 돌린다. 매번 틀린다. 매번 배운다. 3년 차 때 선배가 그랬다. "밸런스 기획자는 신이 아니다. 정원사다." 무슨 말인지 몰랐다. 지금은 안다. 식물 키우는 거랑 같다. 매일 물 준다. 햇빛 확인한다. 벌레 잡는다. 한 번에 완성 안 된다. 계속 케어한다. 밸런스도 그렇다. 그래도 엑셀은 중요하다 이렇게 써놓고 보면 엑셀 무용론 같다. 아니다. 엑셀 없으면 시작도 못 한다.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은 숫자다. "이 무기 약한 것 같아요" - 근거 없다. "이 무기 승률 42%입니다" - 근거 있다. 숫자가 있어야 대화가 된다. PD: "이거 너프 해" 나: "승률 48%인데요?" PD: "그래도 체감이..." 나: "구간별 데이터 보시죠" 데이터 없으면 주관 싸움이다. 데이터 있으면 논의가 된다. 완벽하진 않다. 근데 최선이다. 엑셀은 나침반이다. 정확하진 않다. 근데 방향은 알려준다. 북쪽이 어딘지는 안다. 가는 길은 내가 찾는다. 5년 하면서 배운 거다. 엑셀만 믿으면 망한다. 엑셀 안 믿으면 더 망한다. 둘 다 봐야 한다. 밸런스는 정답이 없다 금요일 저녁 8시. 이번 주 패치 끝났다. L무기 공격력 105에서 100으로 낮췄다. 엑셀에선 승률 51%에서 49%로 떨어진다. 실제론 어떻게 될까. 모른다. 월요일 되면 안다. 그때 커뮤니티 본다. 데이터 본다. 또 수정한다. 이게 내 일이다. 완벽한 밸런스는 없다. 덜 망가진 밸런스만 있다. 유저는 완벽 원한다. 나도 원한다. 근데 불가능하다. 게임은 살아있다. 유저가 만든다. 메타가 변한다. 나는 따라간다. 계속. 엑셀에선 완벽했던 그 설계. 시작점일 뿐이다. 현실은 변수 투성이다. 그래도 한다. 숫자 고치고. 테스트하고. 유저 피드백 보고. 또 고친다. 5년 했다. 10년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근데 오늘은 한다. 엑셀 켰다. 새 시뮬 파일 만든다. 다음 패치 준비한다. 이번엔 맞을까. 모른다. 해본다.엑셀은 거짓말 안 한다. 근데 전부도 아니다.
- 08 Dec, 2025
월요일 아침 출근 후 3분: 주말 동안의 재해를 본다
월요일 아침 9시 57분 사무실 문 열었다. 3분 남았다. 컴퓨터 켰다. 부팅되는 동안 커피 뽑았다. 자리 앉았다. 10시 정각. 슬랙 켰다. 알림 137개. 컨플루언스 켰다. 멘션 23개. 구글 시트 켰다. 댓글 41개. 숨 들이켰다.주말? 그게 뭐였지 금요일 6시. 퇴근했다. "이번 주말은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토요일 아침 10시. 핸드폰 진동. QA팀 단톡방. "크리티컬 버그 발견." 점심 먹다가. 유저 커뮤니티 확인. "밸런스 개판이네 ㅋㅋ" 500개 추천. 저녁 먹다가. 경쟁사 업데이트 공지. "신규 콘텐츠 대규모 패치." 제길.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은 있었다. 휴식은 없었다. 첫 번째 재해: 유저 피드백 슬랙부터 봤다. CS팀이 올린 피드백 정리.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일요일 밤 11시까지. 총 217건. 카테고리별로 나눠놨다. 친절하다. 고맙다. 그래도 머리 아프다. [밸런스 문제] 89건"신규 캐릭터 너무 세요. 기존 캐릭 다 쓰레기 됐어요." "이거 너프 안 하면 게임 접어요." "과금 유도 노골적이네요 ㅋㅋ"아니. 출시 전에 시뮬 100번 돌렸다. 데이터 뽑아서 DPS 계산했다. 그래프 그렸다. 기존 S티어랑 5% 차이. 딱 적정선이었다. 근데 유저들은 "사기다" 그러더라.[시스템 버그] 43건"스킬 쓰면 튕겨요." "보상 안 들어와요." "로딩 무한 돌아요."이건 내 파트 아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대로 구현 안 된 거면 내 책임이다. 명세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개발팀이랑 체크해야 한다. [콘텐츠 요청] 52건"신규 던전 언제 나와요?" "PVP 모드 추가해주세요." "길드 컨텐츠 부족해요."알아. 다 알아. 로드맵에 다 있다. Q2, Q3에 순차 출시. 근데 유저들은 지금 당장 원한다. "게임 할 게 없어요." 런칭한 지 2주 됐다. [기타] 33건칭찬 5건. 고맙다. 욕 28건. 익숙하다.커피 한 모금 마셨다. 식었다. 두 번째 재해: 버그 리포트 QA팀 지라 확인했다. 주말에 올라온 이슈. 17건. 우선순위 크리티컬 3건. 하이 8건. 미디엄 6건. 크리티컬부터 봤다. [CRITICAL] 특정 조건에서 재화 중복 지급 제목만 봐도 식은땀 난다. 재현 방법 읽었다. "1. A던전 클리어 2. 보상 수령 중 앱 강제 종료 3. 재접속 시 보상 재지급 4. 반복 가능" 망했다. 이거 악용하면 경제 붕괴다. 토요일 오전에 올라왔다. 48시간 방치. 유저들 이미 알까. 커뮤니티 검색했다. "꿀팁 ㅋㅋ" 게시글 3개. 조회수 2천. 망했다. 진짜로.긴급 슬랙 올렸다. "@channel 크리티컬 이슈 발견. 긴급 점검 필요." CTO 답장. "회의실 10분 후." PD 답장. "패치 언제 가능?" 개발팀장 답장. "코드 확인 중." 커피 한 모금 더. 여전히 차갑다. [CRITICAL] 특정 스킬 사용 시 클라이언트 크래시 이것도 심각하다. 재현율 30%. 높다. 특정 캐릭터 특정 스킬. 사용 빈도 높은 스킬이다. 유저들 벌써 불만 터졌겠다. 슬랙 스크롤 올렸다. 역시. CS팀: "해당 스킬 크래시 문의 폭주 중" [CRITICAL] 랭킹 점수 계산 오류 이건 내 파트다. 완전히. 랭킹 알고리즘 내가 짰다. 엑셀로 시뮬 돌렸다. 문제없었다. 근데 실제 환경에서 오류 났다. 변수를 놓쳤다. 어디선가. 수식 다시 확인해야 한다. 지금 당장. 10시 15분. 회의 5분 전. 엑셀 열었다. 수식 찾았다. 있었다. 반올림 함수 하나. 소수점 처리 방식이 달랐다. 찾았다. 하지만. 이미 랭킹 시즌 3일 지났다. 보상 지급했다. 잘못된 랭킹으로. 어떻게 보상하지. 회의에서 싸우겠다. 세 번째 재해: 경쟁사 패치 커뮤니티 탭 하나 더 열었다. 경쟁사 공식 카페. 일요일 오후 6시 공지. "대규모 업데이트 안내" 클릭했다.신규 레이드 5개 신규 캐릭터 3종 PVP 시즌 2 오픈 밸런스 패치 대규모제길. 우리 로드맵에 있던 거다. Q2에 예정. 걔들이 먼저 했다. 댓글 읽었다. "역시 ○○겜이 최고" "□□겜(우리 게임)은 컨텐츠 없음 ㅋㅋ" "갈아탄다" 마케팅팀 슬랙 확인했다. "주말 DAU 12% 하락. 경쟁사 패치 영향 추정." PD한테 리포트 올라갔겠다. 회의에서 또 얘기 나오겠다. "대응 방안 뭐냐"고. 대응이 어딨나. 개발 기간 당길 수 없다. 퀄리티 포기하고 빨리 낼까. 욕먹는다. 천천히 제대로 만들까. 유저 이탈한다. 정답 없다. 커피 다 마셨다. 새로 뽑아야 한다. 10시 20분, 긴급 회의 회의실 들어갔다. PD, CTO, 개발팀장, QA팀장, 마케팅팀장. 나. 시스템 기획. PD가 시작했다. "상황 정리하자. 크리티컬 3건. 커뮤니티 반응. 경쟁사 패치." CTO가 답했다. "재화 중복 지급. 핫픽스 오늘 저녁 가능. 긴급 점검 2시간." "크래시 이슈. 원인 파악 중. 내일 오전까지." "랭킹 오류..." 나 쳐다봤다. 내 차례다. "반올림 함수 문제였습니다. 수정 완료했고요." "이미 지급된 보상은... 롤백 불가능합니다." PD 표정 굳었다. "보상안 어떻게 하지." 마케팅팀장이 말했다. "전체 유저 보상 지급. 사과문 게시. 이게 최선입니다." 비용 계산했다. 대충 3억. PD 한숨 쉬었다. "CFO 설득해야겠네. 알았어." 그리고 경쟁사 얘기 나왔다. "로드맵 당길 수 있나?" 개발팀장이 고개 저었다. "인력 부족합니다. QA 기간 줄이면 모를까." "줄이면 버그 더 난다." 다들 침묵했다. PD가 정리했다. "일단 핫픽스부터. 오늘 저녁 긴급 점검." "사과 보상안 오후까지 확정." "로드맵은... 다음 주 다시 논의." 회의 끝. 30분 걸렸다. 결론: 야근 확정. 책상으로 돌아와서 11시. 이제 시작이다. 할 일 정리했다.랭킹 알고리즘 수정본 개발팀 전달 사과 보상안 기획 (PD 결재용) 긴급 점검 공지문 초안 작성 유저 피드백 분류해서 각 파트 전달 밸런스 데이터 재분석 (신규 캐릭 너프 검토) 다음 주 패치 일정 재조정 QA팀이랑 크래시 이슈 재현 테스트오늘 퇴근. 11시쯤? 슬랙에 메시지 하나 더 왔다. 인턴: "기획서 검토 부탁드립니다~" 20페이지. 오늘 중으로 피드백 달라고. 추가.인턴 기획서 검토커피 뽑으러 갔다. 복도에서 동기 만났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주말 푹 쉬었어?" 웃었다. 대답 안 했다. 쟤도 웃었다. 알겠다는 얼굴. 점심시간 12시 30분. 밥 먹으러 갔다. 사내 식당. 김치찌개. 팀원들이랑 앉았다. 다들 피곤한 얼굴이다. 후배가 물었다. "주말에 쉬셨어요?" "응. 커뮤니티 보면서." "저도요. 버그 리포트 보면서." 다 똑같다. 옆 테이블 아티스트팀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 이펙트 수정했어." "나도 캐릭터 리터칭." 게임 회사에 주말은 없다. 아니. 있다. 근데 쉬지 못한다. 게임은 주말에도 돌아간다. 유저는 주말에도 논다. 문제는 주말에도 생긴다. 우리는 주말에도 본다. 밥 먹으면서도 슬랙 확인했다. 개발팀: "핫픽스 빌드 완료. QA 넘김." QA팀: "테스트 시작. 2시간 소요 예상." 4시쯤 결과 나온다. 문제없으면. 긴급 점검 공지 6시. 점검 7시~9시. 저녁 먹고 모니터링이다. 오후 2시 사과 보상안 작성 중이다. 엑셀 켰다. 항목 나열했다.골드 50만 (평소 일주일 파밍량) 강화석 100개 (평소 사흘 파밍량) 가챠 티켓 10장 (과금 아이템, 약 1만원 가치) 경험치 부스터 3일권총 가치 계산했다. 유저당 약 15,000원. 전체 유저 20만 명. 30억. PD 결재 안 날 것 같다. 줄였다.골드 30만 강화석 50개 가챠 티켓 5장 경험치 부스터 1일권총 가치 8,000원. 16억. 그래도 많다. 하지만. 이거보다 적으면 유저들 더 화낸다. "성의 없다"고. 기획 의도 적었다. "이번 랭킹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유저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클리셰다. 하지만 먹힌다. PD한테 전달했다. 답장 왔다. "CFO랑 협의 중. 대기." 오후 4시 QA 결과 나왔다. 슬랙 알림 떴다. "핫픽스 빌드 테스트 완료. 이슈 없음." 한숨 나왔다. 안도. 긴급 점검 확정됐다. 공지문 최종 수정했다. "안녕하세요, ○○ 운영팀입니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긴급 점검을 진행합니다. [점검 시간] 2024년 4월 15일 (월) 19:00 ~ 21:00 (2시간) [점검 내용]재화 지급 오류 수정 특정 스킬 크래시 수정 랭킹 점수 계산 로직 수정[보상] 긴급 점검 보상은 추후 지급 예정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마케팅팀 검토 받았다. OK 떨어졌다. 6시에 게시한다. 오후 5시 밸런스 데이터 다시 봤다. 신규 캐릭터 DPS 그래프. 시뮬상으로는 문제없다. 근데 실제 유저 데이터 다르다. PVP 승률 67%. 너무 높다. PVE 클리어 타임 평균 20% 단축. 왜 차이 날까. 시뮬은 "이상적 플레이" 가정한다. 유저는 "최적화된 플레이" 한다. 신규 캐릭터 콤보가 쉽다. 기존 캐릭터 콤보는 어렵다. 숙련도 차이 안 나는데 성능 차이 난다. 이게 문제다. 너프 수치 계산했다. 스킬 데미지 8% 감소. 쿨타임 1초 증가. 이 정도면 승률 58%로 떨어진다. 적정선이다. 기획서 초안 작성했다. 내일 회의 때 얘기 꺼낸다. 커뮤니티 반응 예상된다. "과금 유도하더니 바로 너프 ㅋㅋ" 익숙하다. 오후 6시 긴급 점검 공지 게시됐다. 커뮤니티 반응 확인했다. 예상대로다. "또 점검 ㅋㅋㅋ" "보상 뭐 주냐" "2시간이면 자정까지 못 하네" "출석 체크 못 하겠는데" CS팀한테 미안하다. 오늘 밤 문의 폭주할 거다. 사과 보상 결재 떨어졌다. PD 슬랙: "CFO 승인. 8천원 안으로 확정." 휴. 다행이다. 보상 지급 스케줄 짰다. 점검 종료 후 30분 내 일괄 지급. 개발팀이랑 공유했다. 저녁 7시 긴급 점검 시작됐다. 서버 내렸다. 사무실 불 켜져 있다. 다들 남았다. 개발팀 핫픽스 배포 중. QA팀 최종 검증 대기 중. 나는 모니터링 준비. 유저 반응 체크 도구 열었다.공식 카페 새글 주요 커뮤니티 게시글 트위터 멘션 앱스토어 리뷰다 보고 있어야 한다. 치킨 시켰다. 야근 식대. 팀원들이랑 나눠 먹었다. 먹으면서도 노트북 봤다. 밤 9시 점검 종료 10분 전. 개발팀: "배포 완료. 서버 올림." QA팀: "최종 체크 중." 5분 전. QA팀: "이슈 없음. OK." 정시에 서버 열렸다. 유저들 접속 시작했다. 동접자 수 확인했다. 5천... 1만... 2만... 평소보다 높다. 보상 때문이다. 커뮤니티 확인했다. "보상 왔다" "생각보다 많네?" "이 정도면 인정" "그래도 화남" 60점짜리 반응이다. 나쁘지 않다. CS 문의 확인했다. "보상 안 들어왔어요" 30건. 예상했다. 지급 로직 확인했다. 문제없다. 캐시 문제다. 재접속하면 된다. 답변 템플릿 공유했다. 10시. 크리티컬 이슈 없다. 모니터링 1시간 더 하고 퇴근한다. 밤 11시 사무실 나왔다. 지하철 막차 시간이다. 핸드폰 봤다. 슬랙 알림 3개 더. 내일 확인한다. 오늘은 이제 끝이다. 집 도착했다. 12시. 씻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다시 켰다. 습관이다. 커뮤니티 한 번 더 봤다. "긴급 점검 후기: 개선됐다는데 체감 안 됨" 내일 또 싸운다.월요일은 항상 이렇다. 주말 동안 쌓인 재해를 월요일 아침에 본다. 처리한다. 또 쌓인다. 다음 월요일에 또 본다. 게임 기획자의 일상이다. 끝은 없다.
- 03 Dec, 2025
밤 11시, 유저 피드백을 읽으며 자책하는 게임 기획자
밤 11시 47분 모니터가 눈부시다. 사무실 불 다 꺼졌는데 내 자리만 밝다. 커뮤니티 탭 4개 띄워놨다. 인벤, 디시, 공식 카페, 레딧. 새로고침 누르는 손가락이 아프다. "이 게임 밸런스는 기획자가 게임을 안 하나봄" 100번째 읽는 댓글이다. 같은 내용. 다른 표현.손목이 욱신거린다. 마우스 쥔 채로 3시간째다. 이미 고쳤는데 "SSR 확률 0.5%는 사기임. 최소 1%는 돼야지" 다음 주 패치에 0.8%로 올린다. 이미 결정됐다. QA 테스트 중이다. "탱커 너무 약함. 15초 버티기도 힘듦" 어제 밸런스 시뮬 돌렸다. 방어력 15% 상향, 체력 회복량 20% 증가. 이번 주 금요일 적용. "코인 파밍이 너무 빡셈. 하루 3시간 해야 겨우 10개" 보상 2배 이벤트 다음 달 1일부터다. 상시 드랍률도 1.5배 올린다. 다 계획 있다. 다 준비 중이다. 근데 왜 욕먹냐.엑셀 파일 열었다. '6월_밸런스_패치_최종_진짜최종_v7.xlsx' 시뮬레이션 3000번 돌렸다. 경우의 수 다 따졌다. 밤새워서. 유저들은 모른다. 이게 얼마나 걸리는지. 소통의 문제 PD가 말했다. "유저 커뮤니케이션 강화하자." 좋다. 나도 원한다. 근데 뭘 어떻게. 공지 올려봤자 안 읽는다. "공지 보고 오셈 ㅋㅋ" 댓글만 달린다. 개발자 노트 써봤자 세 줄 요약 달린다. 그것도 왜곡돼서. 실시간 답변해봤자 "그래서 언제 고침?" 나온다. 다음 주면 고친다고. 지금 QA 중이라고. "다음 주면 게임 접어 ㅋㅋ" 접지 마. 제발. 커피 한 모금 마셨다. 식었다. 네 번째 컵이다. 2주 전 기억 런칭 후 첫 밸런스 패치. SSR 캐릭터 '시리우스' 너프. 공격력 30% 감소. 데이터가 말해줬다. 승률 78%. 픽률 95%. 이건 망하는 거다. 시뮬 100번 돌렸다. 25% 감소도 해봤다. 20%도 해봤다. 30%가 적정이었다. 수학적으로. 패치 적용했다. 커뮤니티가 불탔다. "과금 유도 ㅋㅋ 강캐 너프해서 다른 캐릭 팔려고" "3만원 썼는데 너프라니 환불각" "기획자 게임 접어라" PD가 불렀다. "유저 반응 심각한데요?" 데이터 보여줬다. 너프 후 승률 52%. 완벽하다. "데이터는 그렇지만 유저 감정은..." 감정으로 밸런스 잡나.그 다음 주. 매출 15% 감소. 동접 20% 감소. 내 잘못이다. 숫자는 맞았는데 타이밍이 틀렸다. 할 계획인데 "신규 콘텐츠 없음? 할 거 없어서 접음" 다음 달 대규모 업데이트 온다. 레이드 던전 3개, 신규 캐릭터 5개, PvP 시즌제. 6개월 준비했다. 아직 발표 못 할 뿐이다. "이벤트가 재탕만 함. 성의 없음" 신규 이벤트 기획서 어제 제출했다. 승인 대기 중. 개발 일정 2주. "버그 신고한 지 한 달인데 아직도 안 고침" 우선순위 밀렸다. 크리티컬 버그 먼저 잡는다. 순서가 있다. 다 이유가 있다. 근데 설명할 수 없다. 회사 정책상 업데이트 2주 전에만 공지 가능. 미리 말하면 기밀 유출. 개발 일정 공개하면 지연될 때 더 욕먹는다. 버그 우선순위 설명하면 "그것도 못 고침?" 나온다. 그냥 욕먹는 게 낫다. 시계 봤다. 12시 8분. 해결했는데도 3일 전 패치. 탱커 방어력 20% 상향. 체력 회복 25% 증가. 2주 전 건의사항 그대로 반영했다. 기대했다. 이번엔 칭찬 나오겠지. 커뮤니티 들어갔다. "이제 고침? 늦었음. 이미 많이 접었음" "20%로는 부족함. 최소 30%는 돼야 함" "탱커 버프는 좋은데 딜러가 문제임. 왜 딜러는 안 건드림?" 딜러도 건드렸다. 다음 주 패치에. 그것도 계획 있다. 칭찬은 3개였다. 욕은 47개였다. 좋은 평가는 조용히 사라진다. 나쁜 평가는 계속 남는다. 엑셀 창 최소화했다. 볼 기력이 없다. 왜 소통이 안 되나 생각해봤다. 진짜로. 유저는 지금 불편하다. 당장 고쳐지길 원한다. 나는 2주 뒤를 본다. 그때 고쳐진다. 시간차가 문제다. 유저는 체감을 말한다. "탱커가 약해." 나는 데이터를 본다. "탱커 생존율 48%, 2% 상향 필요." 언어가 다르다. 유저는 결과를 원한다. "고쳐줘." 나는 과정을 안다. "QA 통과, 빌드 적용, 검수 완료, 패치 배포." 속도가 다르다. 스낵 하나 꺼냈다. 오늘 점심 이후 첫 식사다. 씹는데 맛이 없다. 내일 출근하면 10시 회의. PD가 물을 거다. "커뮤니티 반응 어때요?" "좋지 않습니다." "개선 방안은?" "다음 주 패치에 반영됩니다." "유저들은 만족할까요?" 모르겠다. 솔직히. 패치하면 좋아질까. 아니면 또 다른 불만 나올까. 밸런스는 끝이 없다. 하나 고치면 다른 게 깨진다. 시소 같다. 이쪽 올리면 저쪽 내려간다. 완벽한 중심은 없다. 숫자로는 완벽해도 체감은 다르다. 유저 1000명 중 800명 만족해도 200명 불만이 더 크게 들린다. 마우스 내려놨다. 손목이 아프다. 자책의 시간 내 잘못일까. 밸런스 설계가 잘못됐나. 시뮬이 부족했나. 아니면 소통 방식이 문제인가. 설명을 더 잘 했어야 했나. 공지문 다시 읽어봤다. "밸런스 개선 안내" 전문 용어 많다. 수치 나열만 있다. 감정이 없다. 유저 입장에서 다시 써봤다. "탱커 유저분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번 패치로 생존력이 크게 좋아집니다." 이게 낫나. 아니다. 이것도 이상하다. 게임 기획자가 감성팔이하면 안 된다. 데이터로 말해야 한다. 근데 데이터로 말하면 안 읽는다. 딜레마다. 모니터 껐다 켰다. 눈이 침침하다. 5년 차의 고민 신입 때는 몰랐다. 밸런스만 잘 잡으면 되는 줄 알았다. 수치만 완벽하면 되는 줄 알았다. 틀렸다. 게임 기획은 50%가 밸런스고 50%가 심리다. 유저가 뭘 원하는지. 언제 만족하는지. 어떻게 표현하는지.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근데 사람은 숫자대로 안 움직인다. 승률 50%가 완벽한 밸런스다. 이론상. 근데 유저는 60% 원한다. 자기가 쓰는 캐릭터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럼 뭐 하러 하나. 휴지통 봤다. 빈 캔 6개. 오늘 마신 커피다. 내일도 올라올 글 "밸런스 언제 고침?" 다음 주 고친다. "신규 콘텐츠 언제 나옴?" 다음 달 나온다. "기획자는 게임 하기나 함?" 매일 한다. 퇴근 후에도 한다. 댓글 달고 싶다. 근데 못 단다. 공식 계정 아니면 발언 금지. 회사 규정이다. 개인 계정으로 달면 신상 털린다. 전에 당한 선배 봤다. 그냥 참는다. 읽기만 한다. 가슴에 담는다. 스트레스로. 마우스 놨다. 손목에 파스 붙일 시간이다. 1시 12분 정리했다. 다음 주 패치: 탱커 상향, SSR 확률 증가, 보상 개선. 다음 달 업데이트: 레이드, 신규 캐릭, 이벤트 3종. 다음 분기 로드맵: PvP 시즌제, 길드 콘텐츠, 스토리 확장. 다 계획 있다. 다 준비 중이다. 근데 말 못 한다. 말해도 안 믿는다. "어차피 또 미룰 거" 안 미룬다. 이번엔. 가방 챙겼다. 노트북, 파스, 소화제. 불 껐다. 사무실 나왔다. 엘리베이터 타면서 핸드폰 봤다. 커뮤니티 알림 17개. 안 봤다. 내일 보자. 아니다. 지금 봐야 한다. 급한 버그일 수도 있다. 열었다. "기획자 일 안 하냐 밤 1시인데 공지 없음" 웃겼다. 웃음 안 나왔다.다음 주 패치 때 좋아해 주면 좋겠다. 근데 기대 안 한다. 이미 알고 있다.
- 03 Dec, 2025
런칭 D-3: 잠이 안 오는 밤을 보내는 이유
런칭 D-3: 잠이 안 오는 밤을 보내는 이유 새벽 2시, 슬랙 알람 눈을 뜨니 새벽 2시 47분. 슬랙 알람이 울렸다. QA팀 메시지다. "시스템 기획님, 긴급입니다. 특정 조건에서 경험치 2배로 들어가요." 심장이 멎었다. 경험치 2배면 레벨 밸런스 전부 박살. 게임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침대에서 노트북 켰다. 런칭까지 3일 남았다.3개월 전만 해도 이 프로젝트 시작할 때 생각했다. "이번엔 여유롭게 가자." 런칭 3개월 전 일정표 짰다. 버퍼도 넉넉하게. CBT 피드백 2주, 밸런스 조정 2주, 버그 픽스 1개월. 마지막 1개월은 안정화. 계획대로 된 적이 없다는 걸 왜 잊었을까. CBT는 예상보다 1주일 늦게 시작됐다. "서버 최적화 좀 더" 개발팀 말이다. 그 1주일이 지옥의 시작이었다. 피드백 정리하는데 3주 걸렸다. 유저들 의견이 400개가 넘었다. "전투가 지루해요", "보상이 적어요", "밸런스 이상해요". PD가 말했다. "이거 다 반영해야 해. 런칭은 밀 수 없어." 버퍼는 그렇게 증발했다.엑셀 지옥의 시작 밸런스 수치를 뜯어고쳤다. 경험치 테이블 전면 수정. 레벨 1부터 100까지 다시 계산. 수식이 복잡했다. 성장 곡선, 콘텐츠 해금 구간, 과금 타이밍.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게임 전체가 무너진다. 시뮬레이션 돌렸다. 플레이 타임 10시간 기준, 20시간 기준, 50시간 기준. 무과금 유저, 소과금 유저, 고래급 유저. 케이스가 18개. 엑셀 시트가 25개. 머리가 지끈거렸다. 개발팀한테 넘겼다. "이 수치로 적용해주세요." 3일 뒤 돌아온 답변. "테이블 구조 바꿔야 해서 1주일 걸려요." 런칭까지 5주 남았는데. PD가 회의 소집했다. "우선순위 정리합시다." 핵심만 남기고 다 쳐냈다. 기획했던 기능 절반이 증발했다. '나중에 업데이트로'라는 무덤에 묻혔다. 크리티컬 버그의 향연 QA 리포트가 쌓였다. 매일 50개씩. "특정 스킬 쓰면 튕겨요." "상점 아이템 중복 구매돼요." "보스 체력 바 안 줄어들어요." 심각도 분류했다. Critical, High, Medium, Low. Critical만 38개. High가 92개. 개발팀 리드가 말했다. "Critical은 다 잡을게요. High는... 런칭 후." 불안했다. High 중에 게임플레이 망가뜨리는 버그 있는데. 하지만 개발 리소스는 한정적이다. 우선순위 싸움이다. 매일 아침 버그 트리아지 회의. 기획, 개발, QA가 모인다. "이 버그 꼭 고쳐야 해요." "시간 없어요. 런칭 후로." "그럼 유저들 난리 날 텐데요." "런칭 미루실래요?" 답 없는 대화. 매일 반복. 결국 타협한다. "이건 고치고, 저건 알려진 이슈로." 알려진 이슈. 게임 업계의 면죄부.D-7, 패닉의 시작 일주일 전. 빌드 테스트 시작했다. 실제 서버에 올린 첫 빌드. 모든 팀이 테스트. 30분 만에 슬랙이 터졌다. "로그인 안 돼요." "계정 생성 막혀요." "튜토리얼에서 진행 안 돼요." 서버팀이 급하게 핫픽스. 다시 빌드 올렸다. 이번엔 게임은 돌아갔다. 근데 상점이 안 열렸다. 결제 시스템 연동 오류. 매출의 핵심인데. PD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거 언제 고쳐져요?" "이틀... 아니 3일요." 런칭까지 7일인데. 그날부터 전쟁이었다. 매일 빌드 2개씩 나왔다. 오전 빌드, 오후 빌드. QA팀 눈이 풀렸다. 테스트 케이스가 2000개 넘었다. "더는 못 해요. 사람을 더 주세요." QA 리드가 울었다. 외주 QA 5명 긴급 투입. 비용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D-3, 경험치 버그 그리고 오늘. 새벽 2시에 터진 경험치 버그. 침대에서 로그 확인했다. 특정 던전 클리어할 때. 파티 버프랑 경험치 보너스 중복 적용. 코드 찾아봤다. 개발팀이 넘긴 문서 뒤졌다. 원인 찾았다. 경험치 계산 로직이 2번 돌았다. 보너스를 두 번 먹는 거다. 슬랙에 썼다. "ExpRewardCalculator 함수에서 AddBonus가 중복 호출됩니다." 3분 뒤 개발팀 답장. "확인했어요. 고치는 중." 30분 뒤. "고쳤어요. 새 빌드 15분 뒤 올라갑니다." QA에 요청했다. "경험치 획득 전체 케이스 다시 테스트해주세요." 새벽 4시. QA 답장 왔다. "깨끗합니다." 안도의 한숨. 근데 잠이 안 왔다. 또 뭐가 터질까. 머릿속에서 밸런스 시트가 돌아갔다. 기획-개발-QA의 삼각관계 이 3일간 깨달은 것. 게임 만드는 건 줄타기다. 기획이 원하는 것. 개발이 할 수 있는 것. QA가 검증할 수 있는 것. 이 세 개가 맞아야 한다. 기획은 이상적이다.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개발은 현실적이다. "그거 구현하려면 2주 걸려요." QA는 비관적이다. "그거 버그 나면 어떡해요?" 셋이 싸우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한 거다. 기획이 욕심 안 부리면 게임이 재미없다. 개발이 안 된다고만 하면 게임이 안 나온다. QA가 너그러우면 게임이 박살 난다.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 그 긴장이 게임을 만든다. 런칭 직전엔 이 긴장이 극대화된다. 서로 예민해진다. 말 한마디에 분위기 얼어붙는다. 어제 회의에서 개발팀이랑 부딪혔다. "이 버그 왜 아직도 안 고쳐졌어요?" "우선순위 밀린다고 기획팀이 말했잖아요." 서로 탓하기 시작하면 끝이다. PD가 중재했다. "지금 싸울 시간 없어. 버그나 잡자." 맞는 말이다. 런칭 후에 맥주 한잔하면서 후회하면 된다. 숫자의 무게 밸런스 기획의 끔찍함. 숫자 하나가 게임을 좌우한다. 경험치 배율 1.5배와 2배의 차이. 30% 차이다. 그 30%가 게임 수명 2주를 결정한다. 아이템 드롭률 5%와 3%의 차이. 체감은 엄청나다. 유저는 '확률 조작' 외친다. 던전 클리어 시간 5분과 7분의 차이. 2분이다. 근데 유저는 '노가다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숫자를 맞춰야 한다. 시뮬레이션으로. 유저 데이터로. 경험과 감으로. 정답은 없다. 런칭하고 봐야 안다. 그게 무섭다. 내가 짠 수치로 게임이 망할 수도 있다. D-3인 지금. 더 이상 수치 못 만진다. 빌드 프리징. 바꿀 수 없다. 이대로 나간다. 불안하다. 심장이 계속 두근거린다. 새벽의 커피 결국 잠 못 잤다. 5시에 일어났다. 커피 내렸다. 오늘의 다섯 번째. 슬랙 열었다. 밤새 메시지 37개. 대부분 버그 리포트. 다행히 Critical은 없다. Medium 2개. Low 8개. "확인했습니다. 추적 중입니다." 매크로처럼 답장 쳤다. 회사 가야 한다. 오늘도 긴 하루다. D-3. 72시간 남았다. 런칭하면 끝일까. 아니다. 시작이다. 유저 반응 모니터링.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긴급 패치 대응. 지옥은 계속된다. 그래도. 내가 만든 게임이 세상에 나온다. 3년 걸렸다. 떨린다. 무섭다. 기대된다. 런칭날 상상 가끔 상상한다. 런칭날 아침. 앱스토어 순위 새로고침. 10위, 5위, 1위. 유저 리뷰 확인. "재밌어요", "밸런스 좋네요". 그런 댓글 보면. 밤샌 거 다 잊을 것 같다. 근데 현실은. "버그 많아요", "과금 유도 심해요". 각오는 했다. 게임 기획자의 숙명. 유저는 완벽을 원한다. 우리는 인간이다. 실수한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D-3의 밤. 잠 못 자는 이유. 완벽하고 싶어서. 망치고 싶지 않아서. 3년이 허무하게 끝날까 봐. 그래서 새벽까지 버그 잡는다. 숫자 다시 확인한다. 시뮬레이션 한 번 더 돌린다. 이게 게임 기획자다.D-3. 심장은 계속 뛴다. 런칭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