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칭 D-3: 잠이 안 오는 밤을 보내는 이유

런칭 D-3: 잠이 안 오는 밤을 보내는 이유

런칭 D-3: 잠이 안 오는 밤을 보내는 이유

새벽 2시, 슬랙 알람

눈을 뜨니 새벽 2시 47분. 슬랙 알람이 울렸다. QA팀 메시지다.

“시스템 기획님, 긴급입니다. 특정 조건에서 경험치 2배로 들어가요.”

심장이 멎었다. 경험치 2배면 레벨 밸런스 전부 박살. 게임 수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침대에서 노트북 켰다. 런칭까지 3일 남았다.

3개월 전만 해도

이 프로젝트 시작할 때 생각했다. “이번엔 여유롭게 가자.”

런칭 3개월 전 일정표 짰다. 버퍼도 넉넉하게. CBT 피드백 2주, 밸런스 조정 2주, 버그 픽스 1개월. 마지막 1개월은 안정화.

계획대로 된 적이 없다는 걸 왜 잊었을까.

CBT는 예상보다 1주일 늦게 시작됐다. “서버 최적화 좀 더” 개발팀 말이다.

그 1주일이 지옥의 시작이었다.

피드백 정리하는데 3주 걸렸다. 유저들 의견이 400개가 넘었다. “전투가 지루해요”, “보상이 적어요”, “밸런스 이상해요”.

PD가 말했다. “이거 다 반영해야 해. 런칭은 밀 수 없어.”

버퍼는 그렇게 증발했다.

엑셀 지옥의 시작

밸런스 수치를 뜯어고쳤다. 경험치 테이블 전면 수정. 레벨 1부터 100까지 다시 계산.

수식이 복잡했다. 성장 곡선, 콘텐츠 해금 구간, 과금 타이밍.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게임 전체가 무너진다.

시뮬레이션 돌렸다. 플레이 타임 10시간 기준, 20시간 기준, 50시간 기준. 무과금 유저, 소과금 유저, 고래급 유저.

케이스가 18개. 엑셀 시트가 25개. 머리가 지끈거렸다.

개발팀한테 넘겼다. “이 수치로 적용해주세요.”

3일 뒤 돌아온 답변. “테이블 구조 바꿔야 해서 1주일 걸려요.”

런칭까지 5주 남았는데.

PD가 회의 소집했다. “우선순위 정리합시다.”

핵심만 남기고 다 쳐냈다. 기획했던 기능 절반이 증발했다. ‘나중에 업데이트로’라는 무덤에 묻혔다.

크리티컬 버그의 향연

QA 리포트가 쌓였다. 매일 50개씩.

“특정 스킬 쓰면 튕겨요.” “상점 아이템 중복 구매돼요.” “보스 체력 바 안 줄어들어요.”

심각도 분류했다. Critical, High, Medium, Low.

Critical만 38개. High가 92개.

개발팀 리드가 말했다. “Critical은 다 잡을게요. High는… 런칭 후.”

불안했다. High 중에 게임플레이 망가뜨리는 버그 있는데.

하지만 개발 리소스는 한정적이다. 우선순위 싸움이다.

매일 아침 버그 트리아지 회의. 기획, 개발, QA가 모인다.

“이 버그 꼭 고쳐야 해요.” “시간 없어요. 런칭 후로.” “그럼 유저들 난리 날 텐데요.” “런칭 미루실래요?”

답 없는 대화. 매일 반복.

결국 타협한다. “이건 고치고, 저건 알려진 이슈로.”

알려진 이슈. 게임 업계의 면죄부.

D-7, 패닉의 시작

일주일 전. 빌드 테스트 시작했다.

실제 서버에 올린 첫 빌드. 모든 팀이 테스트.

30분 만에 슬랙이 터졌다.

“로그인 안 돼요.” “계정 생성 막혀요.” “튜토리얼에서 진행 안 돼요.”

서버팀이 급하게 핫픽스. 다시 빌드 올렸다.

이번엔 게임은 돌아갔다. 근데 상점이 안 열렸다. 결제 시스템 연동 오류.

매출의 핵심인데.

PD 얼굴이 새하얘졌다. “이거 언제 고쳐져요?” “이틀… 아니 3일요.”

런칭까지 7일인데.

그날부터 전쟁이었다. 매일 빌드 2개씩 나왔다. 오전 빌드, 오후 빌드.

QA팀 눈이 풀렸다. 테스트 케이스가 2000개 넘었다.

“더는 못 해요. 사람을 더 주세요.” QA 리드가 울었다.

외주 QA 5명 긴급 투입. 비용은 신경 쓸 때가 아니다.

D-3, 경험치 버그

그리고 오늘. 새벽 2시에 터진 경험치 버그.

침대에서 로그 확인했다. 특정 던전 클리어할 때. 파티 버프랑 경험치 보너스 중복 적용.

코드 찾아봤다. 개발팀이 넘긴 문서 뒤졌다.

원인 찾았다. 경험치 계산 로직이 2번 돌았다. 보너스를 두 번 먹는 거다.

슬랙에 썼다. “ExpRewardCalculator 함수에서 AddBonus가 중복 호출됩니다.”

3분 뒤 개발팀 답장. “확인했어요. 고치는 중.”

30분 뒤. “고쳤어요. 새 빌드 15분 뒤 올라갑니다.”

QA에 요청했다. “경험치 획득 전체 케이스 다시 테스트해주세요.”

새벽 4시. QA 답장 왔다. “깨끗합니다.”

안도의 한숨. 근데 잠이 안 왔다.

또 뭐가 터질까. 머릿속에서 밸런스 시트가 돌아갔다.

기획-개발-QA의 삼각관계

이 3일간 깨달은 것. 게임 만드는 건 줄타기다.

기획이 원하는 것. 개발이 할 수 있는 것. QA가 검증할 수 있는 것.

이 세 개가 맞아야 한다.

기획은 이상적이다. “이렇게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개발은 현실적이다. “그거 구현하려면 2주 걸려요.”

QA는 비관적이다. “그거 버그 나면 어떡해요?”

셋이 싸우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 역할에 충실한 거다.

기획이 욕심 안 부리면 게임이 재미없다. 개발이 안 된다고만 하면 게임이 안 나온다. QA가 너그러우면 게임이 박살 난다.

긴장 관계가 필요하다. 그 긴장이 게임을 만든다.

런칭 직전엔 이 긴장이 극대화된다. 서로 예민해진다. 말 한마디에 분위기 얼어붙는다.

어제 회의에서 개발팀이랑 부딪혔다. “이 버그 왜 아직도 안 고쳐졌어요?” “우선순위 밀린다고 기획팀이 말했잖아요.”

서로 탓하기 시작하면 끝이다.

PD가 중재했다. “지금 싸울 시간 없어. 버그나 잡자.”

맞는 말이다. 런칭 후에 맥주 한잔하면서 후회하면 된다.

숫자의 무게

밸런스 기획의 끔찍함. 숫자 하나가 게임을 좌우한다.

경험치 배율 1.5배와 2배의 차이. 30% 차이다. 그 30%가 게임 수명 2주를 결정한다.

아이템 드롭률 5%와 3%의 차이. 체감은 엄청나다. 유저는 ‘확률 조작’ 외친다.

던전 클리어 시간 5분과 7분의 차이. 2분이다. 근데 유저는 ‘노가다 게임’이라고 말한다.

이 모든 숫자를 맞춰야 한다. 시뮬레이션으로. 유저 데이터로. 경험과 감으로.

정답은 없다. 런칭하고 봐야 안다.

그게 무섭다. 내가 짠 수치로 게임이 망할 수도 있다.

D-3인 지금. 더 이상 수치 못 만진다. 빌드 프리징.

바꿀 수 없다. 이대로 나간다.

불안하다. 심장이 계속 두근거린다.

새벽의 커피

결국 잠 못 잤다. 5시에 일어났다.

커피 내렸다. 오늘의 다섯 번째.

슬랙 열었다. 밤새 메시지 37개.

대부분 버그 리포트. 다행히 Critical은 없다.

Medium 2개. Low 8개.

“확인했습니다. 추적 중입니다.” 매크로처럼 답장 쳤다.

회사 가야 한다. 오늘도 긴 하루다.

D-3. 72시간 남았다.

런칭하면 끝일까. 아니다. 시작이다.

유저 반응 모니터링.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긴급 패치 대응.

지옥은 계속된다.

그래도. 내가 만든 게임이 세상에 나온다. 3년 걸렸다.

떨린다. 무섭다. 기대된다.

런칭날 상상

가끔 상상한다. 런칭날 아침.

앱스토어 순위 새로고침. 10위, 5위, 1위.

유저 리뷰 확인. “재밌어요”, “밸런스 좋네요”.

그런 댓글 보면. 밤샌 거 다 잊을 것 같다.

근데 현실은. “버그 많아요”, “과금 유도 심해요”.

각오는 했다. 게임 기획자의 숙명.

유저는 완벽을 원한다. 우리는 인간이다. 실수한다.

최선을 다할 뿐이다.

D-3의 밤. 잠 못 자는 이유.

완벽하고 싶어서. 망치고 싶지 않아서. 3년이 허무하게 끝날까 봐.

그래서 새벽까지 버그 잡는다. 숫자 다시 확인한다. 시뮬레이션 한 번 더 돌린다.

이게 게임 기획자다.


D-3. 심장은 계속 뛴다. 런칭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