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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핫픽스 3시간: 런칭 후 첫 주말의 악몽

긴급 핫픽스 3시간: 런칭 후 첫 주말의 악몽

긴급 핫픽스 3시간: 런칭 후 첫 주말의 악몽 토요일 오전 10시 12분 커피 내리고 있었다. 전날 밤 12시까지 일했으니까 오늘은 천천히 쉬려던 참. 그때 카톡이 왔다. "기획님, 유저 커뮤니티 봐보세요. 난리났어요." PD다. PD가 주말에 연락하면 100% 큰일이다. 손이 떨렸다. 커뮤니티 들어갔다. 핫이슈 1위. "신규 무기 강화 확률 99%? 밸런스 개박살났네요 ㅋㅋ" 아. 망했다.10시 30분, 회사로 택시 탔다. 평소엔 지하철인데 급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돌렸다. 신규 무기 강화 데이터... 엑셀 작업할 때 분명 10%로 입력했는데. 설마 소수점 잘못 찍어서 0.99가 아니라 99로 들어간 건가. 아니면 코드에서 곱하기 할 걸 나누기 했거나. 프로그래머가 확률 공식 잘못 짜거나.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일단 가서 데이터부터 뜯어봐야 한다. 택시비 18,000원. 주말 할증. 11시, 전쟁 시작 회사 도착했다. 이미 PD랑 프로그래머 2명이 와 있었다. "몇 명이나 강화했어요?" "대충... 3,200명 정도요." "망했네." 일단 상황 정리했다.신규 무기 강화 성공률이 99%로 적용됨 원래는 10% 설정 새벽 4시 업데이트 후 6시간 동안 노출 이미 3천 명 이상이 최고 등급 무기 획득이건 롤백도 안 된다. 이미 그 무기로 PVP 돌린 유저들 많음. 롤백하면 더 난리난다. "일단 긴급 점검 공지 올리세요." "보상은요?" "나중에 생각합시다."11시 30분, 원인 분석 데이터 파일 열었다. 엑셀 시트 10개 넘게 교차 확인. 찾았다. 강화 확률 테이블에서 신규 무기 ID가 잘못 매핑됐다. 기존 이벤트 무기(확률 99%) ID를 그대로 복붙한 거다. 내가 했다. 지난주 금요일 밤 11시, 졸린 눈으로 작업하다가. "제 실수입니다." PD가 말없이 커피 건넸다. "일단 고치죠." 고맙다. 다른 회사 같으면 지금쯤 회의실에서 사고 보고서 쓰고 있을 거다. 12시, 수정안 회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냥 확률만 10%로 고치면 끝? 아니다. 이미 3,200명이 무기 강화했다. 그 중 99%는 원래대로면 실패했어야 하는 사람들. 그들이 얻은 무기 때문에 전체 밸런스가 무너진다.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1안: 롤백모든 유저를 6시간 전으로 되돌림 강화 성공한 사람들 다 원상복구 장점: 게임 밸런스 정상화 단점: 유저 폭동2안: 하향 조정해당 무기 성능을 낮춤 강화는 유지, 무기만 약화 장점: 데이터만 수정 단점: 강화한 사람들 화남3안: 전체 상향다른 무기들도 같이 강화 확률 올림 또는 해당 무기 획득 이벤트 진행 장점: 유저들 좋아함 단점: 기존 밸런스 설계 다 뒤집힘회의 30분. 결론: 2안 + 보상. 무기 공격력 30% 하향. 전체 유저에게 강화석 100개 지급.12시 40분, 데이터 수정 엑셀 켰다. 무기 스탯 시트 열었다. 공격력: 5200 → 3640 크리티컬: 15% → 12% 스킬 데미지: +35% → +25% 숫자 하나하나 바꿀 때마다 심장이 떨렸다. 이 수치가 맞나. 너무 약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시뮬 돌려볼 시간도 없다. 일단 밸런스 공식에 대입했다. DPS 계산... 기존 무기 대비 115%. 원래는 180%였으니까 적절하다. 파일 저장. 버전 관리 폴더에 백업. 빌드 폴더에 업로드. 1시 10분, 빌드 테스트 프로그래머가 테스트 서버에 적용했다. QA가 확인한다. "무기 스탯 정상 적용됐습니다." "강화 확률도요?" "10%로 정상입니다." "PVP 밸런스는요?" "... 테스트 중입니다." 기다렸다. 10분. "기존 최상위 무기 대비 105~120% 사이네요." "오케이. 패치하죠." 1시 30분, 라이브 적용 긴급 점검 공지 올라갔다. "1시 30분부터 2시까지 긴급 점검 진행합니다." 유저 반응은 두 갈래였다. "ㅋㅋㅋ 강화 개꿀이었는데 이제 너프하네" "버그 이용한 거 롤백 안 하냐?" 대응 공지 작성했다. PD랑 같이. "금일 오전 신규 무기 강화 확률 오류 발견 원인: 데이터 테이블 매핑 오류 조치: 해당 무기 성능 조정 + 전체 보상 지급 보상: 강화석 100개, 골드 50만" 올렸다.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보상 ㅆㅅㅌㅊ" "강화 성공은 유지해주네 ㄱㅅ" 물론 화난 사람도 많았다. "이게 무슨 보상이냐" "너프 먹인 거 환불해라" 하지만 폭동 수준은 아니었다. 2시, 모니터링 점검 종료. 서버 재시작. 실시간 유저 수 확인: 52,300명. 평소 주말 오후: 48,000명. 오히려 늘었다. 사람들이 뭔 일인가 해서 들어온 거다. 커뮤니티 반응 모니터링. 30분 동안 새 글 150개. 욕 40%, 이해 30%, 보상 칭찬 20%, 기타 10%. 허용 가능한 비율이다. PVP 밸런스 데이터 실시간 수집. 신규 무기 승률: 54%. 기존 최상위 무기 승률: 52%. 오케이. 밸런스 잡혔다. 3시, 정리 PD가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푹 쉬세요." 프로그래머들도 퇴근했다. 나도 나왔다. 집 가는 지하철. 핸드폰으로 커뮤니티 계속 확인했다. "이번 핫픽스 빨랐네" "보상 좀 주는 게임이긴 함" "그래도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마지막 댓글이 제일 아팠다. 맞는 말이니까. 그날 밤 집 도착. 오후 4시.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알람 100개 넘게 쌓여 있었다. 카톡, 슬랙, 디스코드. 다 끄고 싶었다. 하지만 못 끈다. 언제 또 터질지 모르니까. 저녁 7시쯤 PD한테 연락 왔다. "매출 확인했어요. 오늘 평소 대비 130%네요." "...네?" "사람들이 화났는데 게임은 더 하네요 ㅋㅋ" 웃겼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월요일 아침 출근했다. 팀원들이 커피 사줬다. "주말에 고생했죠?" "괜찮습니다." PD가 회의실로 불렀다. 사고 보고서 작성. 원인: 기획자 복붙 실수 재발 방지: 데이터 검수 프로세스 추가 서명했다. 인사 평가에 반영된다. 이번 분기 성과급 날아갔다. 하고 싶은 말 게임 기획은 숫자 싸움이다. 0.1%만 틀려도 밸런스 무너진다. 런칭 직후가 제일 무섭다. 버그 하나가 서비스 전체를 흔든다. 이번엔 3시간 만에 잡았다. 다행이다. 어떤 회사는 며칠씩 걸린다. 어떤 회사는 롤백 못 해서 망한다. 우리 팀은 잘 막았다. PD가 빠르게 결정했고 프로그래머가 빠르게 고쳤고 나는... 빠르게 실수했다. 다음엔 안 그럴 거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모르겠다. 야근하면서 졸린 눈으로 데이터 만질 때 또 실수할 수도 있다. 그게 이 일이다.주말도 없다. 긴급 점검은 예고 없이 온다. 그래도 3시간 만에 막아냈다. 다행이다.

PD가 '재밌게 해줘'라고 할 때 느끼는 무력감

PD가 '재밌게 해줘'라고 할 때 느끼는 무력감

PD가 '재밌게 해줘'라고 할 때 느끼는 무력감 오전 10시, 그 한마디 회의실 들어갔다. PD가 프로토타입 플레이했다. "이거... 재미가 없는데?" 알고 있다. 나도 안다. "좀 더 재밌게 해줘." ...네? 회의 끝. 30분 동안 '재미'라는 단어 17번 들었다. 구체적인 피드백은 없었다. "그냥 재밌게"가 전부다. 책상 앞에 앉았다. 엑셀 파일 열었다. 데미지 테이블, 성장 곡선, 보상 밸런스.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재밌어'지는 거냐.재미는 주관이다. 내가 재밌으면 유저는 노잼이고, 유저가 재밌으면 PD는 지루하다고 한다. 그럼 재미가 뭔데. 재미의 정의를 찾아서 점심 먹으면서 기획팀 막내한테 물었다. "너는 게임 재미가 뭐라고 생각해?" "...도전과 보상의 균형?" 교과서다. 게임 기획론 3장 내용이다. 프로그래머한테도 물었다. "버그 없는 거요." 틀린 말은 아니다. 오후 3시. 다시 회의. 이번엔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PD님, 어떤 부분이 재미없었나요?" "전체적으로?" "예를 들면 전투 템포요? 보상 간격이요?" "응... 그냥 다?" 입 다물었다. 더 물어봐야 '감으로 해'라는 답만 돌아온다.회의 끝나고 자리 돌아왔다. Confluence 기획서 열었다. '재미 요소' 항목 있다. 6개월 전 내가 썼다.명확한 목표 설정 적절한 난이도 곡선 즉각적인 피드백 차별화된 보상이론은 다 있다. 근데 어디서부터 고쳐야 하냐는 답이 없다. 결국 재미는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 플레이 타임, 리텐션, 매출. 이 셋으로 정의된다. 재미있으면 오래 한다. 오래 하면 돌아온다. 돌아오면 돈 쓴다. 이게 우리가 말하는 '재미'다. 숫자가 된 재미 저녁 7시. QA팀에서 리포트 왔다. "튜토리얼 이탈률 35%" 높다. 너무 높다. 프로토타입 테스터 10명 중 3명이 10분 안에 껐다는 뜻이다. 재미가 없다는 증거다. 어디가 문제일까. 튜토리얼 플로우 다시 봤다.스토리 인트로 (스킵 가능) 기본 조작 설명 첫 전투 캐릭터 강화 유도 다음 스테이지 진행플로우는 표준이다. 다른 게임이랑 똑같다. 그럼 뭐가 문제냐. 전투가 지루한가. 데미지 수치를 올려볼까. 아니면 적 체력을 낮출까. 보상을 더 줄까. 엑셀 켰다. 시뮬레이션 돌렸다.케이스 1: 데미지 20% 상승전투 시간 30초 → 24초 예상 리텐션 변화: 미미케이스 2: 튜토리얼 보상 2배초반 성장 속도 증가 중반 밸런스 붕괴 우려케이스 3: 튜토리얼 스킵 기능 강화이탈 방지 효과 불명 핵심 시스템 미습득 리스크시뮬 결과 봤다. 답이 안 나온다. 숫자는 결과만 보여준다. 왜 재미없는지는 안 알려준다. 재미는 정성이다. 근데 우리는 정량으로 평가한다. 모순이다. 유저 데이터는 말한다 밤 10시. 아직 회사다. 모니터 3개 켜놨다. 왼쪽은 엑셀, 가운데는 Unity, 오른쪽은 유저 피드백. CBT 끝나고 설문 결과 정리했다. "전투가 단조롭다" - 18명 "보상이 짜다" - 12명"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 9명 "재밌다" - 3명 재밌다는 사람이 3명이다. 42명 중 3명. PD 말이 맞았다. 재미없다. 근데 어떻게 고쳐야 하냐고. "전투가 단조롭다"는 피드백 뜯어봤다. 구체적인 내용 없다. 그냥 단조롭다는 것만 안다. 스킬 종류를 늘릴까. 아니면 전투 연출을 화려하게 할까. 적 패턴을 다양화할까. 전부 개발 리소스다. 시간이다. 돈이다. PD한테 물었다. "어디에 리소스 쓸까요?" "기획자가 판단해." 판단 기준을 달라고 했다. "재미있게 되는 쪽으로." 다시 원점이다. 결국 매출 예측 시뮬 돌렸다. 각 케이스별로 ARPU, LTV 계산했다. 재미는 모르겠다. 근데 돈은 계산된다. 재미와 매출 사이 새벽 1시. 퇴근 준비했다. 오늘 하루 '재미'라는 단어 58번 들었다. 카운트했다. 구체적인 액션 아이템은 3개다.튜토리얼 전투 속도 15% 증가 초반 보상 30% 상승 스킵 버튼 위치 조정이게 재미를 만들까. 모르겠다. 근데 해야 한다. 게임 기획자는 재미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게 직업이다. 근데 재미의 정의는 없다. 있는 건 숫자뿐이다. DAU, 리텐션, ARPU, LTV, ARPPU, CVR. 이 숫자들이 올라가면 '재밌다'고 한다. 내려가면 '재미없다'고 한다. 유저는 "꿀잼"이라고 한다. 그리고 3일 뒤 안 들어온다. 리텐션 7일차 40%. 재밌으면 60%는 남아야 한다. 결국 재미는 숫자다. 우리 업계에서는. 집 가는 지하철 안에서 생각했다. 내가 게임 기획자 된 이유가 뭐였지. 재밌는 게임 만들고 싶어서였다. 근데 지금 나는 엑셀 돌리고, 데이터 분석하고, 회의에서 '재밌게'라는 말만 듣는다. 실제로 게임 만드는 시간은 하루에 2시간도 안 된다.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다음날 출근했다. 어제 조정한 밸런스 빌드 나왔다. 플레이해봤다. 튜토리얼 전투 24초. 6초 줄었다. 확실히 빠르다. 보상도 늘었다. 초반 성장 체감된다. 재밌나? ...모르겠다. 근데 어제보단 낫다. 점심시간. 테스터 막내가 말했다. "어제보다 나은데요? 좀 더 당기네요." '당긴다'. 좋은 표현이다. 재미있다는 건 아니다. 근데 당긴다. 계속하고 싶게 만든다. 그게 우리가 만드는 재미다. 이상적인 재미는 아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재미도 아니다. 근데 현실적인 재미다. 숫자로 증명되는 재미다. 오후 회의. PD가 빌드 플레이했다. "어? 이거 괜찮은데?" 구체적인 건 없다. 근데 긍정적이다. "이 방향으로 계속 가보자." 회의 끝. 30분 동안 '괜찮다'는 말 12번 들었다. 어제는 '재미없다' 17번이었다. 발전이다.'재밌게 해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주문이다. 근데 어쨌든 해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니까.

0.1 수치 차이가 게임을 망친다: 밸런스 패치의 진실

0.1 수치 차이가 게임을 망친다: 밸런스 패치의 진실

공격력 100에서 99로: 소수점의 무게출근했다. 9시 45분. 피드백 채널을 열었다. 어제 저녁 8시에 올린 패치 이후 댓글이 1200개다. 공격력 100에서 99로 내린 거 맞다. 하지만 댓글을 읽으면 게임 전체가 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밸런스 똥겜" "이 정도면 악의적 너프 아니냐?" "개발사 게임 이해를 못 하나?" 숫자는 작다. 정말 작다. 1%다. 하지만 이 1%가 전투의 결과를 바꾼다. 전투 길이가 1초 줄어든다. 그 1초가 타이밍을 바꾼다. 그 타이밍이 클릭을 바꾼다. 클릭이 모여서 게임이 된다. 나는 왜 99를 눌렀나. 100이 아니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실도 말하지 않는다) 어제 데이터를 봤다. DPS 차트를 그렸다. 직업별 평균 데미지. 전사 클래스가 계산상 18% 높게 나왔다. 이론상으로는. 실제 필드에서 측정한 데이터다. 1000명 이상 플레이어. 던전 800번 이상. 변수는 최대한 통제했다.던전별 난이도 정규화 플레이 시간 3시간 이상 유저만 이번 시즌 처음 온 뉴비 제외 장비 격차 20% 이내데이터는 명확했다. 18%는 너무 크다. 밸런스 게임이 아니다. 그러면 얼마만큼 줄여야 하나. 이론상 공격력을 10% 깎으면 거의 같아진다. 100에서 90. 하지만 그건 너무 크다. 느껴진다. 유저가 느낀다. 내 캐릭터가 약해진 걸. 그래서 10은 너무 크다. 5는 어떤가. 95. 그럼 실제 게임에서는 얼마나 차이가 나나. 시뮬을 돌렸다. 엑셀에서. 이론상 DPS 차이 13%. 여전히 크다. 3은. 97. 다시 돌렸다. 11%. 여전히. 2는. 98. 9%. 9%는 좀 괜찮나. 아니다. 여전히 우월하다. 1은. 99. 8.2%. 8%면 괜찮다. 게임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밸런스를 맞춘다. 근거가 있는 숫자다.그런데 유저는 뭐라고 했나. "왜 1을 깎았어?" 라고 물어봤다. 그 "왜"에 답하려면 얘기가 길어진다.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의 무게 회의실에 불렸다. 10시. PD가 물었다. "유저들이 왜 이렇게 난리야?" 내가 말했다. "DPS 분석 결과, 직업 간 상대 격차가 18% 있었고요. 표본은 3주간 1000명 이상, 800회 이상의 던전 플레이 데이터입니다. 난이도 정규화와 신규 유저 제외 처리를 했습니다." PD가 물었다. "그럼 왜 하필 99야? 90은 안 됐어?" 내가 말했다. "90으로 하면 DPS 이론상 차이가 8%까지 떨어지는데, 실제 체감 난이도 조정이 너무 커집니다. 신규 직업이라 유저들의 애정이 있는 상태라, 급격한 너프는 유저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99는 1%의 데미지 감소이지만 누적 효과로 DPS 격차를 8.2%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PD가 했다. "근데 유저들은 납득을 못 하네." 맞다. 그게 문제다. 숫자를 말한다고 납득하는 건 아니다. 특히 게임에서는. 느낌이 중요하다. 100에서 99로 깎았다는 건 "약해졌다"는 느낌이다. 그 느낌이 파괴적이다. 논리와 상관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근거를 제시하는 것뿐이다.18% DPS 격차는 게임 설계상 오류다. 데이터 기반 조정이다. 임의가 아니다. 1%는 누적하면 게임을 바꾼다. 유저의 애정과 밸런스의 균형이다.하지만 "논리"는 게임에서 약하다. 게임은 감정이 먼저다. 감정이 먼저고, 나중에 논리가 따라온다. 역순이 아니라. 숫자 하나가 불러오는 체인 리액션 밤 11시. 커뮤니티 매니저가 톡을 쳤다. "밸런스 이슈 관련 글이 너무 많아서 상단 고정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야 할 것 같아요. 뭐라고 말할까요?"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공격력 100 → 99. 1%의 감소. 이게 게임에서 뭘 의미하는가.전투 1분 30초가 1분 29초로 줄어든다. (평균) 그럼 플레이어는 1초를 덜 방어한다. 1초를 덜 방어하면 1회 공격을 덜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 받는 데미지가 줄어든다. 플레이어가 죽을 확률이 1.2% 내려간다. 던전 클리어 확률이 올라간다.역으로, 전사 직업이 너무 강했다는 뜻이다. 플레이어가 죽을 때까지의 시간이 더 짧았다. 그 "짧음"이 게임을 지배했다. 99로 만드는 건 그 지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1%씩. 유저는 느낀다. 캐릭터가 약해졌다고. 맞다. 약해진 거 맞다. 하지만 "우월한 약함"에서 "적절한 약함"으로 바뀐 것뿐이다.그런데 숫자를 한 번 건드리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린다. 패치 노트를 썼다. 3시간. 왜 99인지 설명하려고. 데이터도 붙였다. 표는 5개. 그래프는 3개. 하지만 패치 노트는 한 줄로 읽힌다. "전사 공격력 100 → 99로 조정" 끝. 근거를 쌓는 일은 외로운 일이다 밤 1시. 여전히 댓글이 올라온다. "개발사 게임을 모르는 듯" "밸런스 감각이 없네" "한국 게임사는 다 똑같네" 나는 근거를 들고 있다. 1000명의 데이터. 3주간의 기록. 정규화된 변수들. 8.2%의 이론상 격차. 유저는 감정을 들고 있다. 캐릭터가 약해진 느낌. 내 캐릭터를 깎는 느낌. 개발사가 내 플레이를 무시하는 느낌. 누가 맞는 건가. 둘 다다. 게임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이 먼저 와야 한다. 그런데 감정만 있으면 게임이 무너진다. 밸런스 없이는 재미가 없다. 재미 없으면 게임이 아니다. 그래서 숫자가 필요하다. 숫자로 감정을 지탱하는 것. 하지만 그 숫자가 감정을 자극한다. 99는 나의 근거다. 100은 유저의 추억이다. 이 격차를 줄이는 건 숫자로 되지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은 게임 기획 업무가 아니다. 그건 마케팅팀이 해야 한다. 그런데 마케팅팀은 "유저들이 이해를 못 하니까 기획팀이 더 좋게 설명해주세요"라고 한다. 결국 나한테 온다. 근거를 들고 있는 나한테. 오전 3시. 피드백 채널을 다시 열었다. 댓글 3500개다. 0.1의 무게를 다시 생각해본다 아침 6시. 퇴근하지 않은 상태로 새벽이 됐다. 커피를 마셨다. 네 번째다. 손목이 아프다. 마우스를 움직인 지 8시간. 목도 아프다. 화면을 본 지 8시간. 눈도 아프다. 숫자를 읽은 지 8시간. 그런데 여전히 99다. 내가 실수했나. 100으로 해야 했나. 아니다. 데이터가 말해준다. 18%는 너무 크다. 99는 맞다. 그런데 맞다는 게 뭔가. 게임은 객관적 게임이 아니다. 주관적 게임이다.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유저가 경험하는 게 게임이다. 유저가 "약해졌다"고 느끼면 약해진 게 맞다. 데이터상 8.2% 격차 감소가 아니라. 하지만 동시에, 18% 격차는 게임이 아니다. 그건 "선택지 없음"이다. 직업 선택이 자유가 아니다. 전사만 해야 한다. 그래서 너프를 해야 한다. 99는 그 "선택지 없음"을 "약간 선택지 있음"으로 바꾼 것이다. 여전히 전사가 강하지만, 이제 다른 직업도 가능하다. 게임이 된 것이다. 99가 맞다. 그런데 이 "맞다"를 설명하는 데 8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여전히 유저는 안 받아줄 거다. 이게 게임 기획의 현실이다. [IMAGE_4] 0.1은 미래다 아침 8시. 회사에 다시 들어갔다. 퇴근해서 2시간을 자고 다시 출근했다. 이번엔 다음 패치를 생각했다. 다음 달이다. 그 다음 달. 그리고 그 다음. 매 패치마다 0.1씩 조정한다. 99는 첫 번째다. 다음은 98.5일 수 있다. 그 다음은 98일 수도 있다. 또는 유저의 반응에 따라 99.5로 올라갈 수도 있다. 게임은 한 번의 결정이 아니다. 지속적인 조정이다. 그 조정의 최소 단위가 0.1이다. 아니, 0.01일 수도 있다. 내 직업은 그걸 반복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본다. 근거를 찾는다. 숫자를 조정한다. 유저의 반응을 본다. 다시 반복한다. 밤새 올라온 피드백을 본다. 댓글 5200개다. 그중 긍정 평가는 400개. 7%. 충분한가. 아니다. 최소 30%는 필요하다. 그럼 또 조정해야 한다. 99가 아니라 99.2여야 할까. 99.3이여야 할까. 다시 엑셀을 켜진 않았다. 대신 유저 댓글을 읽었다. "전사는 재미없어졌다" "다른 직업 해볼게" "밸런스 좋아졌다" "여전히 전사가 강한데?" 모순된 의견들이다. 하지만 모두 맞다. 전사는 여전히 강하고, 다른 직업도 이제 선택지가 되고, 재미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다. 그게 "밸런스가 좋아진" 상태다. 그런데 7%의 긍정 평가는 낮다. 아직 갈 길이 멀다.99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다음은 99.5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