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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가 나오고 난 후에야 보이는 기획의 허점

아트가 나오고 난 후에야 보이는 기획의 허점

아트가 나오고 난 후에야 보이는 기획의 허점 프로토타입 단계의 착각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모든 게 괜찮아 보였다. 회색 박스에 숫자만 띄워놓고 밸런스 잡았다. 10발 쏘면 죽는다. 쿨타임 3초. 데미지 500. 모션 시간 0.8초. 엑셀에 정리된 숫자는 완벽했다. PD한테 보고했다. "밸런스 잡았습니다." 승인 받았다. QA 테스트도 통과. 프로그래머도 "구현 완료"라고 했다. 문제없었다. 그때까지는.아트 작업이 시작됐다. 캐릭터 원화 나왔다. 이펙트 들어갔다. 애니메이션 붙었다. UI 디자인 완성됐다. 그리고 빌드를 받았다. 실행했다. "어...?" 뭔가 이상했다. 프로토타입이랑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숫자는 똑같은데 게임이 달라 보였다. 시각적 피드백의 배신 가장 먼저 터진 건 타격감이었다. 회색 박스 때는 괜찮았다. 박스가 빨갛게 깜빡이고, 데미지 숫자 튀어나오고, 그걸로 충분했다. QA 테스터들도 "괜찮은데요?"라고 했다. 근데 최종 캐릭터 모델이 들어가니까 완전히 달랐다. 칼로 베는데 상대가 안 밀려난다. 그냥 서 있다. 피 튀는 이펙트는 화려한데 몸은 꿈쩍도 안 한다. 죽을 때도 그냥 스르륵 사라진다. "이거 맞은 거 맞아?" 유저 입장에서 그렇게 보일 게 뻔했다.TA한테 갔다. "적 밀려나게 해주세요." "기획서에 넉백 없던데요?" "...넣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럼 밸런스 다시 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넉백 거리, 시간, 그거 다 수치잖아요." 맞다. 넉백이 들어가면 공격 딜레이가 달라진다. 콤보 타이밍이 바뀐다. 밸런스 전체를 다시 봐야 한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생각도 못 했던 일이다. UI 배치의 함정 UI도 문제였다. 기획서에 UI 배치도 그렸다. 와이어프레임 깔끔하게 정리했다. 체력바 위쪽, 스킬 아이콘 아래쪽, 미니맵 오른쪽 위. 논리적으로 완벽했다. 프로토타입 빌드에서는 괜찮았다. 단순한 도형이랑 텍스트니까. 시야 방해 안 됐다. 최종 UI 디자인 들어갔다. 화려했다. 예뻤다. 아트팀이 정성 들여서 만들었다. 근데 게임이 안 보였다. 체력바가 너무 화려해서 적 공격 모션이 안 보였다. 스킬 아이콘이 반짝거려서 정작 쿨타임이 안 보였다. 미니맵 테두리가 두꺼워서 적 위치 파악이 늦었다. "디자인은 이쁜데 게임이 안 되는데요?" UI 디자이너한테 말했다. "좀 단순하게 해주세요." "기획서대로 만든 건데요?" "...기획서를 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작업 돌아간다. 일정 밀린다. 캐릭터 크기 문제 제일 황당했던 건 캐릭터 크기였다. 기획서에 썼다. "캐릭터 키 1.8m 기준". 캡슐 콜라이더로 테스트했다. 맵 디자인도 그 크기 기준으로 했다. 최종 캐릭터 모델이 들어왔다. 원화가 너무 멋있었다. 갑옷 디테일 미쳤다. 망토 휘날리는 것도 완벽했다. 무기도 간지 났다. 근데 게임에 넣으니까 화면을 다 먹었다. 아니, 실제 크기는 1.8m 맞다. 근데 갑옷 어깨 장식이 튀어나왔다. 망토가 퍼졌다. 무기가 길었다. 시각적으로 훨씬 커 보였다. 좁은 통로 지나갈 때 벽이랑 겹쳐 보였다. 카메라 각도 바꾸면 망토가 화면 가렸다. 2명만 모여도 복잡했다."캐릭터 크기 줄여야 할 것 같은데요." "모델링 다시 해야 해요?" "...일단 스케일만 줄여보고요." 스케일 90%로 줄였다. 맵이랑 밸런스가 안 맞았다. 공격 사거리가 이상해졌다. 점프 높이가 달라 보였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예상 못 했다. 캡슐 콜라이더는 그냥 캡슐이니까. 모션 타이밍의 배신 공격 모션도 재작업이었다. 기획서에 썼다. "공격 속도 0.8초". 프로토타입에서 테스트했다. 타이밍 괜찮았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최종 모션 들어갔다. 애니메이터가 멋있게 만들었다. 칼 휘두르기 전에 준비 동작. 휘두른 후에 여운 동작. 무게감 있게. 총 시간은 0.8초 맞다. 근데 실제로 데미지 들어가는 순간은 0.4초 지점이었다. 나머지 0.4초는 준비랑 여운이었다. 유저 입장에서는 느렸다. "왜 이렇게 답답해?" 프로그래머한테 물었다. "데미지 타이밍 앞당길 수 있어요?" "그럼 모션이랑 안 맞는데요? 칼이 적한테 닿기도 전에 데미지 들어가요." "...모션 다시 받아야 하나요?" "애니메이터 스케줄이..." 결국 타협했다. 모션 속도 120%로 올렸다. 0.67초로 줄었다. 밸런스 다시 잡았다. 모든 적 공격 패턴 다시 조정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숫자만 바꾸면 됐는데. 이펙트와 가독성 이펙트 작업도 문제였다. "화려하게 해주세요." 기획 의도였다. 타격감 살려야 했다. 이펙트 아티스트가 진짜 화려하게 만들었다. 불꽃 튄다. 번개 친다. 빛난다. 폭발한다. 테스트 빌드 받았다. 1:1 전투는 괜찮았다. 이펙트 보기 좋았다. 3:3 전투는 난리였다. 화면이 온통 이펙트였다. 내 캐릭터가 어딨는지 모르겠다. 적 공격 패턴이 안 보인다. 회피 타이밍 놓쳤다. QA 리포트 올라왔다. "다수 전투 시 가독성 문제". 이펙트 톤 다운 요청했다. "좀 줄여주세요." "어느 정도요?" "...플레이해보면서 조절해야 할 것 같은데요." 일주일 동안 이펙트 강도 조절했다. 0.1씩 줄이면서 테스트했다. 최종적으로 50%까지 내렸다. 아트팀은 아쉬워했다. "이렇게 줄이면 임팩트가..." "게임이 되려면 어쩔 수 없어요."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이펙트가 없어서 몰랐다. 색감과 명도 문제 맵 라이팅도 다시 잡았다. 컨셉 아트는 분위기 좋았다. 어두운 던전, 횃불 빛, 그림자 깊게. 무드 있었다. 실제 게임에 적용했다. 너무 어두웠다. 적이 안 보였다. 바닥 함정이 안 보였다. 아이템 드랍됐는지도 모르겠다. "밝기 올려주세요." "컨셉이랑 달라지는데요?" "유저가 게임을 못 하는데요?" 명도 올렸다. 컨셉 아트 느낌 사라졌다. 아트 디렉터 안타까워했다. 근데 어쩌나. 게임이 먼저다. 적 캐릭터 색감도 문제였다. 배경이랑 비슷한 색이었다. "자연스럽게" 하려고 그렇게 했는데, 자연스러워서 안 보였다. 적 외곽선 추가했다. 아트 스타일이랑 안 맞았다. 근데 넣어야 했다. 프로토타입에서는 빨간 박스였으니까 잘 보였다. 사운드와 타이밍 사운드도 변수였다. 타격음 들어갔다. 멋있었다. 중후했다. 근데 타이밍이 안 맞았다. 칼이 적한테 닿는 순간이랑 소리 나는 순간이 0.1초 차이 났다. "사운드 타이밍 맞춰주세요." "모션이랑 이펙트 타이밍이 다 달라서..." 결국 타이밍 맞추는 데만 3일 걸렸다. 모션, 이펙트, 사운드, 데미지 판정 타이밍 다 싱크 맞췄다. 프로토타입에서는 '띠링' 소리 하나였는데. 재작업의 악순환 결국 한 달 일정이 밀렸다. 밸런스 다시 잡았다. 넉백, 모션 속도, 이펙트 타이밍 반영해서. 엑셀 시트 전부 수정했다. UI 배치 재조정했다. 가독성 우선으로. 기획서 다시 썼다. 맵 디자인 일부 수정했다. 캐릭터 크기 변경 반영해서. QA 다시 돌렸다. 버그 또 나왔다. PD한테 보고했다. "일정 지연 보고드립니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왜 못 봤어?" "...프로토타입에서는 안 보였습니다." 변명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회색 박스로는 정말 안 보였다.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교훈 이제 안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회색 박스로만 테스트하면 안 된다. 레퍼런스 아트 일찍 받는다. 캐릭터 크기, 모션 길이, 이펙트 규모 미리 가늠한다. UI 와이어프레임만 보지 않는다. 실제 게임 화면 가독성 시뮬레이션 한다. 타격감, 템포감은 숫자만으로 기획 못 한다. 시각적, 청각적 요소 고려해야 한다. 일정 산정할 때 '아트 적용 후 재조정' 기간 넣는다. 무조건 필요하다. 근데 현실은. 프로토타입 단계에서 아트 리소스가 없다. 아트팀은 다른 프로젝트 중이다. 레퍼런스 찾아서 대충 맞춰봐야 한다. 그래도 실제랑은 다르다. 결국 아트 나오고 나면 또 놀랄 것이다. "어...?" 그게 게임 개발이다.오늘도 아트 컨펌 기다린다. 이번엔 또 뭐가 달라 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