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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 08 Dec, 2025
월요일 아침 출근 후 3분: 주말 동안의 재해를 본다
월요일 아침 9시 57분 사무실 문 열었다. 3분 남았다. 컴퓨터 켰다. 부팅되는 동안 커피 뽑았다. 자리 앉았다. 10시 정각. 슬랙 켰다. 알림 137개. 컨플루언스 켰다. 멘션 23개. 구글 시트 켰다. 댓글 41개. 숨 들이켰다.주말? 그게 뭐였지 금요일 6시. 퇴근했다. "이번 주말은 쉬어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토요일 아침 10시. 핸드폰 진동. QA팀 단톡방. "크리티컬 버그 발견." 점심 먹다가. 유저 커뮤니티 확인. "밸런스 개판이네 ㅋㅋ" 500개 추천. 저녁 먹다가. 경쟁사 업데이트 공지. "신규 콘텐츠 대규모 패치." 제길. 일요일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은 있었다. 휴식은 없었다. 첫 번째 재해: 유저 피드백 슬랙부터 봤다. CS팀이 올린 피드백 정리.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일요일 밤 11시까지. 총 217건. 카테고리별로 나눠놨다. 친절하다. 고맙다. 그래도 머리 아프다. [밸런스 문제] 89건"신규 캐릭터 너무 세요. 기존 캐릭 다 쓰레기 됐어요." "이거 너프 안 하면 게임 접어요." "과금 유도 노골적이네요 ㅋㅋ"아니. 출시 전에 시뮬 100번 돌렸다. 데이터 뽑아서 DPS 계산했다. 그래프 그렸다. 기존 S티어랑 5% 차이. 딱 적정선이었다. 근데 유저들은 "사기다" 그러더라.[시스템 버그] 43건"스킬 쓰면 튕겨요." "보상 안 들어와요." "로딩 무한 돌아요."이건 내 파트 아니다. 하지만. 기획 의도대로 구현 안 된 거면 내 책임이다. 명세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개발팀이랑 체크해야 한다. [콘텐츠 요청] 52건"신규 던전 언제 나와요?" "PVP 모드 추가해주세요." "길드 컨텐츠 부족해요."알아. 다 알아. 로드맵에 다 있다. Q2, Q3에 순차 출시. 근데 유저들은 지금 당장 원한다. "게임 할 게 없어요." 런칭한 지 2주 됐다. [기타] 33건칭찬 5건. 고맙다. 욕 28건. 익숙하다.커피 한 모금 마셨다. 식었다. 두 번째 재해: 버그 리포트 QA팀 지라 확인했다. 주말에 올라온 이슈. 17건. 우선순위 크리티컬 3건. 하이 8건. 미디엄 6건. 크리티컬부터 봤다. [CRITICAL] 특정 조건에서 재화 중복 지급 제목만 봐도 식은땀 난다. 재현 방법 읽었다. "1. A던전 클리어 2. 보상 수령 중 앱 강제 종료 3. 재접속 시 보상 재지급 4. 반복 가능" 망했다. 이거 악용하면 경제 붕괴다. 토요일 오전에 올라왔다. 48시간 방치. 유저들 이미 알까. 커뮤니티 검색했다. "꿀팁 ㅋㅋ" 게시글 3개. 조회수 2천. 망했다. 진짜로.긴급 슬랙 올렸다. "@channel 크리티컬 이슈 발견. 긴급 점검 필요." CTO 답장. "회의실 10분 후." PD 답장. "패치 언제 가능?" 개발팀장 답장. "코드 확인 중." 커피 한 모금 더. 여전히 차갑다. [CRITICAL] 특정 스킬 사용 시 클라이언트 크래시 이것도 심각하다. 재현율 30%. 높다. 특정 캐릭터 특정 스킬. 사용 빈도 높은 스킬이다. 유저들 벌써 불만 터졌겠다. 슬랙 스크롤 올렸다. 역시. CS팀: "해당 스킬 크래시 문의 폭주 중" [CRITICAL] 랭킹 점수 계산 오류 이건 내 파트다. 완전히. 랭킹 알고리즘 내가 짰다. 엑셀로 시뮬 돌렸다. 문제없었다. 근데 실제 환경에서 오류 났다. 변수를 놓쳤다. 어디선가. 수식 다시 확인해야 한다. 지금 당장. 10시 15분. 회의 5분 전. 엑셀 열었다. 수식 찾았다. 있었다. 반올림 함수 하나. 소수점 처리 방식이 달랐다. 찾았다. 하지만. 이미 랭킹 시즌 3일 지났다. 보상 지급했다. 잘못된 랭킹으로. 어떻게 보상하지. 회의에서 싸우겠다. 세 번째 재해: 경쟁사 패치 커뮤니티 탭 하나 더 열었다. 경쟁사 공식 카페. 일요일 오후 6시 공지. "대규모 업데이트 안내" 클릭했다.신규 레이드 5개 신규 캐릭터 3종 PVP 시즌 2 오픈 밸런스 패치 대규모제길. 우리 로드맵에 있던 거다. Q2에 예정. 걔들이 먼저 했다. 댓글 읽었다. "역시 ○○겜이 최고" "□□겜(우리 게임)은 컨텐츠 없음 ㅋㅋ" "갈아탄다" 마케팅팀 슬랙 확인했다. "주말 DAU 12% 하락. 경쟁사 패치 영향 추정." PD한테 리포트 올라갔겠다. 회의에서 또 얘기 나오겠다. "대응 방안 뭐냐"고. 대응이 어딨나. 개발 기간 당길 수 없다. 퀄리티 포기하고 빨리 낼까. 욕먹는다. 천천히 제대로 만들까. 유저 이탈한다. 정답 없다. 커피 다 마셨다. 새로 뽑아야 한다. 10시 20분, 긴급 회의 회의실 들어갔다. PD, CTO, 개발팀장, QA팀장, 마케팅팀장. 나. 시스템 기획. PD가 시작했다. "상황 정리하자. 크리티컬 3건. 커뮤니티 반응. 경쟁사 패치." CTO가 답했다. "재화 중복 지급. 핫픽스 오늘 저녁 가능. 긴급 점검 2시간." "크래시 이슈. 원인 파악 중. 내일 오전까지." "랭킹 오류..." 나 쳐다봤다. 내 차례다. "반올림 함수 문제였습니다. 수정 완료했고요." "이미 지급된 보상은... 롤백 불가능합니다." PD 표정 굳었다. "보상안 어떻게 하지." 마케팅팀장이 말했다. "전체 유저 보상 지급. 사과문 게시. 이게 최선입니다." 비용 계산했다. 대충 3억. PD 한숨 쉬었다. "CFO 설득해야겠네. 알았어." 그리고 경쟁사 얘기 나왔다. "로드맵 당길 수 있나?" 개발팀장이 고개 저었다. "인력 부족합니다. QA 기간 줄이면 모를까." "줄이면 버그 더 난다." 다들 침묵했다. PD가 정리했다. "일단 핫픽스부터. 오늘 저녁 긴급 점검." "사과 보상안 오후까지 확정." "로드맵은... 다음 주 다시 논의." 회의 끝. 30분 걸렸다. 결론: 야근 확정. 책상으로 돌아와서 11시. 이제 시작이다. 할 일 정리했다.랭킹 알고리즘 수정본 개발팀 전달 사과 보상안 기획 (PD 결재용) 긴급 점검 공지문 초안 작성 유저 피드백 분류해서 각 파트 전달 밸런스 데이터 재분석 (신규 캐릭 너프 검토) 다음 주 패치 일정 재조정 QA팀이랑 크래시 이슈 재현 테스트오늘 퇴근. 11시쯤? 슬랙에 메시지 하나 더 왔다. 인턴: "기획서 검토 부탁드립니다~" 20페이지. 오늘 중으로 피드백 달라고. 추가.인턴 기획서 검토커피 뽑으러 갔다. 복도에서 동기 만났다.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 "주말 푹 쉬었어?" 웃었다. 대답 안 했다. 쟤도 웃었다. 알겠다는 얼굴. 점심시간 12시 30분. 밥 먹으러 갔다. 사내 식당. 김치찌개. 팀원들이랑 앉았다. 다들 피곤한 얼굴이다. 후배가 물었다. "주말에 쉬셨어요?" "응. 커뮤니티 보면서." "저도요. 버그 리포트 보면서." 다 똑같다. 옆 테이블 아티스트팀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 이펙트 수정했어." "나도 캐릭터 리터칭." 게임 회사에 주말은 없다. 아니. 있다. 근데 쉬지 못한다. 게임은 주말에도 돌아간다. 유저는 주말에도 논다. 문제는 주말에도 생긴다. 우리는 주말에도 본다. 밥 먹으면서도 슬랙 확인했다. 개발팀: "핫픽스 빌드 완료. QA 넘김." QA팀: "테스트 시작. 2시간 소요 예상." 4시쯤 결과 나온다. 문제없으면. 긴급 점검 공지 6시. 점검 7시~9시. 저녁 먹고 모니터링이다. 오후 2시 사과 보상안 작성 중이다. 엑셀 켰다. 항목 나열했다.골드 50만 (평소 일주일 파밍량) 강화석 100개 (평소 사흘 파밍량) 가챠 티켓 10장 (과금 아이템, 약 1만원 가치) 경험치 부스터 3일권총 가치 계산했다. 유저당 약 15,000원. 전체 유저 20만 명. 30억. PD 결재 안 날 것 같다. 줄였다.골드 30만 강화석 50개 가챠 티켓 5장 경험치 부스터 1일권총 가치 8,000원. 16억. 그래도 많다. 하지만. 이거보다 적으면 유저들 더 화낸다. "성의 없다"고. 기획 의도 적었다. "이번 랭킹 오류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유저분들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 클리셰다. 하지만 먹힌다. PD한테 전달했다. 답장 왔다. "CFO랑 협의 중. 대기." 오후 4시 QA 결과 나왔다. 슬랙 알림 떴다. "핫픽스 빌드 테스트 완료. 이슈 없음." 한숨 나왔다. 안도. 긴급 점검 확정됐다. 공지문 최종 수정했다. "안녕하세요, ○○ 운영팀입니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긴급 점검을 진행합니다. [점검 시간] 2024년 4월 15일 (월) 19:00 ~ 21:00 (2시간) [점검 내용]재화 지급 오류 수정 특정 스킬 크래시 수정 랭킹 점수 계산 로직 수정[보상] 긴급 점검 보상은 추후 지급 예정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마케팅팀 검토 받았다. OK 떨어졌다. 6시에 게시한다. 오후 5시 밸런스 데이터 다시 봤다. 신규 캐릭터 DPS 그래프. 시뮬상으로는 문제없다. 근데 실제 유저 데이터 다르다. PVP 승률 67%. 너무 높다. PVE 클리어 타임 평균 20% 단축. 왜 차이 날까. 시뮬은 "이상적 플레이" 가정한다. 유저는 "최적화된 플레이" 한다. 신규 캐릭터 콤보가 쉽다. 기존 캐릭터 콤보는 어렵다. 숙련도 차이 안 나는데 성능 차이 난다. 이게 문제다. 너프 수치 계산했다. 스킬 데미지 8% 감소. 쿨타임 1초 증가. 이 정도면 승률 58%로 떨어진다. 적정선이다. 기획서 초안 작성했다. 내일 회의 때 얘기 꺼낸다. 커뮤니티 반응 예상된다. "과금 유도하더니 바로 너프 ㅋㅋ" 익숙하다. 오후 6시 긴급 점검 공지 게시됐다. 커뮤니티 반응 확인했다. 예상대로다. "또 점검 ㅋㅋㅋ" "보상 뭐 주냐" "2시간이면 자정까지 못 하네" "출석 체크 못 하겠는데" CS팀한테 미안하다. 오늘 밤 문의 폭주할 거다. 사과 보상 결재 떨어졌다. PD 슬랙: "CFO 승인. 8천원 안으로 확정." 휴. 다행이다. 보상 지급 스케줄 짰다. 점검 종료 후 30분 내 일괄 지급. 개발팀이랑 공유했다. 저녁 7시 긴급 점검 시작됐다. 서버 내렸다. 사무실 불 켜져 있다. 다들 남았다. 개발팀 핫픽스 배포 중. QA팀 최종 검증 대기 중. 나는 모니터링 준비. 유저 반응 체크 도구 열었다.공식 카페 새글 주요 커뮤니티 게시글 트위터 멘션 앱스토어 리뷰다 보고 있어야 한다. 치킨 시켰다. 야근 식대. 팀원들이랑 나눠 먹었다. 먹으면서도 노트북 봤다. 밤 9시 점검 종료 10분 전. 개발팀: "배포 완료. 서버 올림." QA팀: "최종 체크 중." 5분 전. QA팀: "이슈 없음. OK." 정시에 서버 열렸다. 유저들 접속 시작했다. 동접자 수 확인했다. 5천... 1만... 2만... 평소보다 높다. 보상 때문이다. 커뮤니티 확인했다. "보상 왔다" "생각보다 많네?" "이 정도면 인정" "그래도 화남" 60점짜리 반응이다. 나쁘지 않다. CS 문의 확인했다. "보상 안 들어왔어요" 30건. 예상했다. 지급 로직 확인했다. 문제없다. 캐시 문제다. 재접속하면 된다. 답변 템플릿 공유했다. 10시. 크리티컬 이슈 없다. 모니터링 1시간 더 하고 퇴근한다. 밤 11시 사무실 나왔다. 지하철 막차 시간이다. 핸드폰 봤다. 슬랙 알림 3개 더. 내일 확인한다. 오늘은 이제 끝이다. 집 도착했다. 12시. 씻고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 다시 켰다. 습관이다. 커뮤니티 한 번 더 봤다. "긴급 점검 후기: 개선됐다는데 체감 안 됨" 내일 또 싸운다.월요일은 항상 이렇다. 주말 동안 쌓인 재해를 월요일 아침에 본다. 처리한다. 또 쌓인다. 다음 월요일에 또 본다. 게임 기획자의 일상이다. 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