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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며

매출 보너스를 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매출 보너스를 노리며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보너스 계산기 오전 10시. 출근하자마자 엑셀 켰다. 런칭까지 12일 남았다. 첫 주 매출이 목표치를 넘으면 보너스가 나온다. 연봉의 30%. 1560만원. 세후 1200만원쯤. 시뮬레이터 돌린다. 유저 1000명 가정. 레벨업 속도, 재화 획득량, 과금 유도 타이밍. 변수 37개. F9 누른다. 매크로 실행. 10만 번 반복. 결과: 예상 ARPU 8300원. 목표치는 9000원. 700원 부족하다.수치 하나가 1200만원 점심 먹고 회의. PD: "밸런스 어때?" 나: "ARPU 8300 나오는데요." PD: "9000 나와야 하는데?" 알아. 나도 안다고. 회의 끝나고 데이터 다시 뜯는다. 과금 포인트를 앞당길까. 아니면 재화 획득량을 줄일까. 문제는 균형이다. 너무 빡빡하면 유저가 튄다. 너무 후하면 매출이 안 나온다. 엑셀 수치 하나 바꾼다. 3.5를 3.2로. F9. 시뮬 돌린다. ARPU 8900원. 거의 다 왔다. 근데 이게 맞나. 유저 입장에서는 재미없어지는 거 아닌가. 고민한다. 10분. 일단 저장한다.유저 vs 보너스 오후 4시. QA팀한테 메시지 왔다. "이번 빌드 재화 획득량 너무 적은 거 아닌가요?" 맞다. 내가 줄였다. 3.5에서 3.2로. QA: "유저들 불만 많을 것 같은데." 나: "데이터 보면 적정 수준인데요." 거짓말이다. 적정보다 빡빡하다. 알고 있다. 근데 9000원 ARPU를 못 찍으면 보너스가 없다. 1200만원이 날아간다. 유저의 재미와 내 보너스. 저울질한다. 5시. 프로그래머한테 슬랙 보낸다. "재화 획득량 3.2 적용해주세요." 엔터 누르는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시뮬레이션의 한계 밤 10시. 집에 왔다. 씻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시뮬레이터는 숫자만 본다. 유저의 감정은 모른다. 3.5일 때는 유저가 '적당히 빡세네' 느낀다. 3.2일 때는 '재미없네' 느낀다. 그 차이 0.3을 시뮬은 못 잡는다. 근데 나는 그거 안다. 5년 했으니까. 그래도 3.2로 냈다. 보너스 때문에. 핸드폰 켠다. 경쟁사 게임 커뮤니티 본다. "밸런스 똥겜" "과금 유도 너무 심함" "삭제함" 우리 게임도 런칭하면 이렇게 될까. 12일 뒤면 안다. 런칭 D-12 오늘 시뮬 17번 돌렸다. 변수 바꾸고 F9. 결과 보고 또 바꾸고 F9. ARPU가 8700에서 9100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확정은 내일 해야 한다. 빌드 마감이라서. PD가 물어본다. "자신 있어?" 자신? 없다. 유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그냥 숫자놀이다. 근데 대답한다. "9000 나옵니다." 거짓말은 아니다. 시뮬상으로는.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샀다. 두 캔. 집에서 마신다. 혼자. 런칭하면 첫 주가 지옥이다. 실시간 매출 보면서 손톱 뜯는다. 보너스 나오면 좋겠다. 1200만원. 근데 유저들이 재미없다고 하면. 그것도 싫다. 기획자의 딜레마 이 일 5년 했다. 매번 똑같은 고민이다. 유저 재미 vs 회사 매출. 둘 다 챙기면 좋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재미있게만 만들면 매출 안 나온다. 매출 챙기면 유저가 욕한다. 그 중간 어딘가에 답이 있다. 근데 그게 어딘지는 아무도 모른다. 런칭해봐야 안다. 시뮬은 참고일 뿐이다. 유저는 숫자가 아니니까. 그래도 돌린다. 오늘도 내일도. F9 누르면서 기도한다. 제발 9000 찍어라. 그리고 유저들도 재미있다고 해라. 둘 다 되면 좋겠다. 근데 현실은.런칭까지 12일. 시뮬 돌리고 보너스 계산한다. 유저 재미는 그 다음이다. 아니, 같이 챙기고 싶은데 안 된다. 그게 이 일이다.